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재벌가 갑질 대부분 집행유예…국민 법감정과 괴리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토리세계-갑질의 역사] 송명빈으로 또다시 조명되는 갑질/재벌들은 집행유예로 끝

갑질은 다양한 이유로 존재한다. 대기업 회장님에서부터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직장 동료까지. 수 많은 사회생활에서 갑질은 존재하고, 누군가를 극한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육체적, 정신적 폭력에서부터 언어폭력과 고통을 주는 환경 조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갑질은 이미 우리의 생활에 들어와있다. 최근 마커그룹 송명빈 대표의 폭행사태로 재 조명되고 있는 갑질은 2019년에도 계속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재벌가 갑질 등 대부분이 집행유예로 끝나 경각심을 일깨우기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일보

직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고소된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 연합뉴스


◆마커그룹 송명빈, 폭행사태로 갑질 게이트 열다

6일 직원을 상습 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송 대표는 두 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쯤 송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상습폭행 및 공갈 협박,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를 조사했다.

송 대표는 이날 출석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카메라 앞에서 읽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폭행에 사과하면서도 고소인인 전 대표 양모씨가 자신의 배임ㆍ횡령 혐의를 감추려 폭행 증거를 수집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양씨가 회삿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개발 제품 관리도 부실하게 하는 등 회사가 점점 어려운 상태로 치닫게 됐다”며 “양씨는 스스로 책정한 연봉이 9000만원을 넘었으며 인센티브도 매년 1500만원에서 2000만원씩 스스로 기안해서 받아갔다”고 말했다.

앞서 양씨는 송 대표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3여년간 서울 강서구 소재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자신을 상습 폭행하고 협박했다며 지난해 11월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남부지검이 강서경찰서에 사건을 넘겨 경찰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도중 송 대표가 양씨를 폭행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세계일보

◆1년 2만3000건, 하루 62건의 여전한 갑질 공화국

갑질은 계약 권리상 쌍방을 뜻하는 갑을(甲乙)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는 행동을 말한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 갑질 119’에 따르면 사업주나 상사로부터 당한 갑질에 대한 호소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1월1일 출범한 직장 갑질 119에 1년 동안 들어온 갑질 제보는 모두 2만2810건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62건, 일주일에 430건 꼴이며 매달 1200건이 넘는 갑질 제보가 접수된 셈이다.

세계일보

이 제보들은 유형별로 살펴보면 25%가량이 임금 관련 문제였고, 잡무 지시(15%), 욕설·폭언·모욕 등 괴롭힘(14%), 해고 및 부당징계(9%) 등이 뒤를 이었다. 수치가 낮긴 했지만 성희롱·성폭력 등 성 관련 제보도 다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갑질에 대해 개인의 도덕성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며, 존비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문화 정서적 경향이 갑질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기저에 갑의 강압적인 역할과 을의 저자세가 깔려있기 때문에 개개인은 그런 문화를 답습한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재벌가 갑질 대부분 집행유예…국민 법감정 괴리

갑질은 그 자체만으로 국민들의 큰 공분을 일으킨다. 하지만 재벌가들로부터 일어난 대부분의 폭행과 폭언 등 갑질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나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재벌갑질 재판은 대부분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이 났다. 2009년 7월 맷값 폭행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최철원 대표의 경우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받았지만 합의 등을 통해 2심에서는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또 수행기사에게 골프바지에 허리띠를 매어두라고 지시했다가 수행기사가 이를 찾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한 한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