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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LPGA 미국 여자 프로골프

Q시리즈 최연소 합격 전영인 “성조기 대신 태극기 달고, LPGA 도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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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데뷔하는 전영인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브라보앤뉴 사옥에서 밝게 웃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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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엔 퀄리파잉시리즈(Q시리즈)를 통과한 두 명의 한국 신인이 합류한다. Q시리즈 수석 합격자 이정은(23ㆍ대방건설)과 역대 최연소 합격자 전영인(19ㆍ볼빅)이다. 국내 골프 팬들에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무대에서 2016 신인왕, 2017 전관왕, 2018 3관왕을 기록한 이정은과 달리 전영인은 다소 생소하다. 오랜 골프 팬 정도나 미국프로골프(PGA) 출신 골프교습가 전욱휴씨 딸쯤으로 기억하지만, 미국 시장에선 이정은만큼 성장 가능성 높은 특급 신인으로 꼽힌다. 10세 때 US키즈 우러드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영인은 재작년엔 타이거 우즈(43ㆍ미국) 에리야 쭈타누깐(24ㆍ태국)이 우승했던 폴로 주니어 클래식 정상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지난해 11월 역대 최연소(18세)로 Q시리즈를 통과한 전영인은 현재 국내에서 ‘기대 반 걱정 반’ 심경으로 LPGA무대 도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브라보앤뉴 사옥에서 만난 그는 ”올해 LPGA 신인선수들 실력이 워낙 좋아 신인왕까지 내다보진 않는다”라면서도 “같은 매니지먼트사(브라보앤뉴) 소속 이정은 프로와 LPGA 무대에 함께 도전하게 돼 너무 든든하고, 많은 걸 보고 배울 생각”이라고 했다. “Q시리즈 마지막 라운드 때 ‘TV에서나 보던’ 이정은 프로를 찾아가 인사도 나눴다”며 “함께 후회 없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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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데뷔하는 전영인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브라보앤뉴 사옥에서 밝게 웃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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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미국 국적으로 지내 온 전영인은 지난해 스스로 국적취득 제도를 알아본 뒤 한국 국적을 얻었다. 태어난 곳이 미국일 뿐 한 번도 한국인이 아니란 생각을 안 해 봤단다. 미국이름도 짓지 않아 지금까지 줄곧 ‘영인 전(Youngin Chun)’으로 살아온 그는 “지난해부터 리더보드 이름 옆에 태극기가 붙어 설레고 기뻤다”고 했다. 한국에 와선 ‘오전 맹훈련, 오후 자유시간’ 일정 속에서 수능 마친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 다니고, 할아버지와 나들이도 다니면서 알찬 겨울을 보내고 있다.

“호떡, 호빵, 방어회는 먹었는데 붕어빵이랑 추어탕, 옛날통닭, 소떡소떡(소시지와 떡으로 구성된 꼬치음식)을 아직 못 먹었다”며 한숨 쉬는 모습은 영락없는 19살 소녀지만, 골프 얘기로 들어서면 사뭇 진지해진다. 그는 “8라운드로 치러진 지난 Q시리즈 경험은 두고두고 곱씹을 큰 경험”이라고 했다. 초반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친 그는 5라운드에서 4오버파로 무너지며 50위권으로 내려앉자 크게 흔들렸다. ”아버지에게 그간 쌓인 답답함과 섭섭함을 털어놓고 펑펑 울었어요. 아버지도 엄격했던 이전 모습과 달리 처음으로 ‘미안하다’며 다독여 주셨고 그 덕에 Q시리즈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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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데뷔하는 전영인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브라보앤뉴 사옥에서 밝게 웃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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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이자 스승인 전욱휴씨는 딸의 LPGA 첫 시즌 캐디를 맡아주기로 했다. 전영인은 “LPGA 무대에서 가장 배가 나온 캐디를 둔 것 같다”며 깔깔 웃으면서도 “내가 성인이 됐고, 프로선수가 된 만큼 아버지도 내 의사를 존중해 주신다”며 찰떡 호흡을 기대했다. 그는 “새 시즌 거대한 목표를 두기보단 많은 대회에 참가해 여행도 하며 40세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오는 6일 호주 전지훈련을 떠나는 전영인은 2월 7일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개막하는 빅 오픈 출전이 확정되면 이 대회를 데뷔전으로 삼을 계획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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