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1회 공판을 열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면서 다스에서 247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 다스 미국 소송비 61억여원을 대납시키는 형태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은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이 항소이유를 프리젠테이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특히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다스 소송 관련 검토를 지시한 게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1심 판결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직권남용죄는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사건에도 얽혀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한 때 범죄가 성립한다.
검찰은 “다스 소송이 이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고 국정수행과 무관해 대통령의 직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1심 판결은 잘못됐다”며 “다스와 BBK 문제는 2008년 대선 때 중요한 이슈였고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 지시는 대통령실 공무원 업무의 절차와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써 따라야할 의무도 없었다”며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김 전 기획관이 의무없는 일을 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다스 의혹’관련 항소심 1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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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 아니라는 1심 때 주장에서 나아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다스 비자금이나 삼성의 소송 지원 등을 이 전 대통령이 몰랐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30년 전 설립된 가족회사 다스가 과연 이 전 대통령의 것인지가 이렇게 오랜 시간 논쟁할 문제이냐”라며 “다스의 실소유주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은 검찰의 프레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논쟁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불러일으켰다”며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재오 전 의원, 정동기 전 민정수석 등 측근들이 재판 방청을 위해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장이 인적사항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411219”라며 생년월일을 읊다가 “뒤에는 모르겠다”며 멋쩍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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