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73]
1. '멜빵 바지'의 뜻은?
'멜빵 바지'에 대해 생각해볼 때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우리는 왜 이것을 '멜빵'이라고 부를까"이다. 국립국어원 게시판에 보니 '멜빵'은 순우리말이며 '어깨에 메는 끈' 등의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멜빵 바지'란 '어깨에 메는 끈이 있는 바지'이다.
1. '멜빵 바지'의 뜻은?
'멜빵 바지'에 대해 생각해볼 때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우리는 왜 이것을 '멜빵'이라고 부를까"이다. 국립국어원 게시판에 보니 '멜빵'은 순우리말이며 '어깨에 메는 끈' 등의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멜빵 바지'란 '어깨에 메는 끈이 있는 바지'이다.
그러면 우린 이 옷을 언제부터 입었을까. 신문 기사를 검색해보니 1931년 동아일보 칼럼에 "허리띄를 하지 말고 멜빵을 하는 것이 위생상 조흡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탈착형 멜빵은 이 즈음에 유행했나보다.
그 뒤로도 신문에는 주로 탈착형 멜빵의 유행, 용도 등에 대한 기사만 나오다가 1967년 드디어 "아기옷 만들기"란 코너에 '장난꾸러기 멜빵 바지'가 소개된다. 이후로도 한동안 이 옷을 아동용 옷, 추석빔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성인용 멜빵 바지가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된 건 1988년이다. 43년 만에 수입이 허가되어 개봉된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주연 찰리 채플린이 멜빵 바지를 입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진 못했다. 찰리 채플린이 보여준 역할 그대로 멜빵 바지에 '막노동' '바보' 이미지가 덧씌워졌기 때문이다. 1989년 3월 22일자 한겨레신문은 "어른 코미디언들이 멜빵 달린 바지를 입고 바보시늉"을 하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시대가 그러했다.
![]() |
영화 "모던 타임즈" 속의 찰리 채플린. 멜빵 바지를 입고 있다. /출처= @IMDb |
2. 멜빵 바지, '빕 앤 브레이스(bib-and-brace)'
멜빵 바지는 영어로 'bib-and-brace'다. 'bib'의 뜻은 '가슴 받이', 'brace'는 '메는 끈'이니 '가슴 받이와 메는 끈이 있는 바지' 정도 되겠다.
가. 리바이스 스트라우스의 '데님 오버올'
멜빵 바지의 시작은 데님(denim)으로 만든 '오버올(overall)' 즉, 위아래가 통으로 붙은 옷이었다. 리바이스(Levi's)의 창업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1895년께 처음 만들어 판매했다. 데님 오버올은 그들이 쓴 광고 문구대로 '찢어지지도 닳지도 않는' 훌륭한 작업복이었다. 그러나 상의와 하의가 붙어 있으니 땀이 잘 찼고 그렇게 되면 몸에 달라붙어 활동성이 좋지 않았다.
![]() |
리바이스의 데님 오버올 /출처= @리바이스 |
나. H D 리의 '유니온-올'
리바이스의 데님 오버올을 개량해서 대박을 친 것이 패션업체 '리(Lee)'의 창업자 H D 리이다. 상품명은 '유니온-올(Union-All)'인데, 아래의 사진처럼 데님 오버올의 팔과 등 부위를 잘라내어 통기성과 활동성을 높인 초기형과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멜빵 바지 형태의 완성형이 있다.
![]() |
리의 초기형 유니온-올 /출처= @리 |
![]() |
리의 완성형 유니온-올 /출처= @리 |
3. 제1차 세계대전과 멜빵 바지
제1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리의 멜빵 바지 전성기가 시작됐다. 이를 미 전쟁부(지금의 국방부)가 작업복, 정비복으로 지정하여 대량 구매·보급했기 때문이다.
미 전쟁부는 전시 근로자로 일하는 여성들에게도 멜빵 바지를 지급했다. 이 시기 많은 여성들이 공장일도 하고 집안일도 하는 고된 가장(家長) 역할을 했다. 멜빵 바지가 일하는 여성의 상징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 |
1917년 미국의 한 여성 잡지에 실린 사진. 철도창 근로 여성이 멜빵 바지를 입고 있다. /출처=@www.theworldwar.org |
![]() |
1916년 멜빵 바지를 입고 집안일을 하는 네덜란드 여성 /출처=@www.theworldwar.org |
[남보람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 연구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