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고용한파…영업시간 더 줄이고, 무인매장 확 늘린다

◆ 최저임금發 2차쇼크 온다 ◆

정부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 계산식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새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31일 의결한다. 올해에 이어 내년 연거푸 인상되는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후폭풍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 영세사업장은 물론이고, 강성 노조로 인해 지급 주기 변경(격월·분기→월 단위)이 어려운 대기업마저 10.9%라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그대로 맞게 된다. 이로써 산업 현장 곳곳에서 고용대란과 물가 인상 러시가 불가피해졌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내년에도 대대적인 무인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직원 대신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 도입이 늘어나면서 기계 1대당 1.5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KFC는 올해 전체 매장 200여 곳에 키오스크 도입을 완료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키오스크를 도입한 매장은 5곳에 불과했다. 버거킹도 올해 보급률을 30% 수준에서 60%대까지 끌어올렸다. 2014년께부터 키오스크를 도입하기 시작한 롯데리아·맥도날드도 올해 보급률이 10%포인트 이상 올라 60%대에 도달했다. 키오스크는 현재 외식업계에서 분식·중식·커피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한 자동화 열풍에 최저임금 인상발 자동화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대란은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 소재 '주방자동화기기' 업체 케이투시스템이엔지는 올해 자동웍(wok)과 자동볶음기 매출이 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 효자상품인 자동웍은 중식을 요리할 때 쓰는 바닥이 우묵한 프라이팬 '웍'을 로봇 팔이 잡고 돌리도록 자동화한 상품이다.

아르바이트 자리의 대명사인 편의점업계 역시 늘어난 임금 인상 부담을 영업 시간을 줄여 대응하고 있다. 영업 전략의 핵심인 '24시간 심야 영업'을 과감하게 중단함으로써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편의점업계 1위인 CU 기준으로 2016년 10%대 초반이었던 심야 미영업 점포는 올해 하반기 기준 19%로 높아졌다. 실제 이마트24에서는 24시간 영업점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25%까지 낮아진 상태다. 점포를 2개 이상 운영하는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편의점 여러 개를 운영하는 편의점주는 사실상 점장 역할을 하는 매니저를 두고 월급제로 계약을 맺기도 하는데, 시급 계산 시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일부 매니저 시급이 8350원 미만으로 내려가는 사례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인상된 최저임금에 맞서기 위한 산업 현장의 '시간과의 전쟁'은 제조업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정규직원을 줄일 수 없으니 직원들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불황으로 상여금은 지급하지 않은 지 오래라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없고 일자리안정자금을 쓰기에는 고연차 직원이 많아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맞는 곳이 우리 회사뿐 아니라 주변에 즐비하다"고 전했다.

물가대란 역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소재 한 건설자재 중소기업 사장은 "올해에도 인건비가 상승한 만큼 단가를 올려 대응했는데 내년이라 해서 뾰족한 수가 있겠냐"며 "우리 회사를 포함한 경쟁업체가 너도나도 단가를 올리면 납품받은 업체도 2차 중간자재 단가를 인상해 결국 최종 단가가 올라가게 된다"고 전했다.

최근 연거푸 나온 대법원 판례대로 법정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식에서 빼달라는 재계 요구를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밑 산업현장 초미의 관심사였던 최저임금 계산식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 간 힘겨루기에도 정부가 이른바 '이브 수정안'을 강행하기로 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서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시행령 개정에 반발했다. 협회 측은 "사업주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최저임금을 정해놓고 위반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은 처벌 만능주의로 도태하는 것"이라며 "주휴수당 제도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이날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휴수당 폐지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유진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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