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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크리스마스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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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43] 스포츠가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각본이 있냐 없냐이다. 스포츠는 직접 붙어 보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 물론 많은 정보가 있고, 이를 통해 얼마든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대개는 예측대로 결과가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의 빅매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LA레이커스 간 경기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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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안드레 이궈달라(왼쪽 두 번째)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LA 레이커스와의 2018-2019 NBA 정규리그 경기 전반에 덩크슛하고 있다./오클랜드[美캘리포니아주] AP=연합뉴스


■레이커스 vs 워리어스

LA레이커스는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NBA를 대표하는 팀이다. NBA파이널에 무려 31번이나 올라갔고, 16번을 우승했다. 보스턴 셀틱스가 17번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으나, 파이널 진출 횟수(보스턴 21번)에 있어서는 레이커스가 월등하게 앞서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레이커스가 보여준 경기력은 NBA 역사의 중심에 있던 그 레이커스가 아니었다. 레이커스의 빈자리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채우고 있었다. 지난 5시즌 동안 레이커스는 최종 순위를 한 자릿수로 마감한 적도 없었고, 승률 0.500을 넘긴 적 또한 없었다. 반면 워리어스는 그 다섯 시즌 동안 4번 NBA 파이널에 진출했고,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하였다.

두 팀 간의 맞대결 또한 마찬가지이다. 레이커스는 이번 경기 이전까지 워리어스와의 맞대결에서 7연패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워리어스를 이긴 날이 2016년 11월 4일이다. 만 2년 전의 얘기이다. 게다가 워리어스의 홈경기장인 오라클 아레나에서의 마지막 승리는 2014년 12월 23일으로, 레이커스는 1460여 일 만에 원정에서 워리어스에 승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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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운데)/오클랜드[美캘리포니아주] AP=연합뉴스


■르브론 vs 워리어스

르브론 제임스는 현존하는 NBA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사실 최고의 스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는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등과 함께 NBA의 역사를 대표하는 선수이다. 1984년생, 우리나이로 35살의 노장이지만, 르브론은 여전히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전 경기에 출전했고, 27점을 넘는 평균 득점을 기록하며, NBA 득점랭킹 4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워리어스는 최고의 선수인 르브론을 괴롭혀 왔다. 직전 4번의 시즌에서 모두 NBA파이널에 진출한 르브론이지만 챔피언 반지는 단 한 번만 꼈을 뿐이다. 모두 워리어스가 르브론의 앞을 가로막았다.

게다가 르브론은 워리어스에 이번 경기 전까지 6연패 중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 파이널에서는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내리 4번을 지는 수모를 당했다. 보통의 NBA 선수들이라면 워리어스에 패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선수가 르브론이라면 좀 다른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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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LA 레이커스와의 2018-2019 NBA 정규리그 경기를 위해 몸을 풀고 있다./오클랜드[美 캘리포니아주] AP=연합뉴스


■르브론 + 레이커스 vs 워리어스

그런 레이커스와 르브론이 하나가 되었고, 워리어스를 만났다. 하지만 이 둘이 조합해도 워리어스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르브론의 레이커스는 개막 이후 8경기에서 2 6패의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고, 워리어스는 여전히 서부지구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레이커스가 초반과 달리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무게추는 워리어스로 기울어져 보였고,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깜짝 선물을 받은 것은 레이커스였다. 경기 초반부터 워리어스를 강하게 압박했고,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레이커스를 압도했다. 전반까지 르브론이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지만, 르브론이 워리어스를 이긴 것은 아니었다. 르브론은 3쿼터 초반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르브론 없이도 경기를 압도했으며, 26점차의 대승을 거두었다. 커리와 듀란트 그리고 톰슨이 건재했고, 부상 선수도 없었던 워리어스였다. 이틀 전에 클리퍼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었던 워리어스였기에 이날의 부진을 설명하는 게 조금 난감해 보인다.

분명한 건 스포츠에서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워리어스는 이런 격언을 무색하게 만들기 위해 프리시즌에 팬들로부터 '사기'라는 비난까지 들으며 전력 유지 및 보강에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리어스 왕국에 조금씩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워리어스는 과연 이 균열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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