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몰카 유포한 모델 항소심 기각, 징역형···“유포사진 삭제 불가”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모델의 나체를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유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여성모델 안모씨(25)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이내주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안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사와 안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안씨는 구속기간 동안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편지를 보냈고, 우울증과 분노조절 장애 상태에서 범행했음을 참작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안씨는 지난 5월 인체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 모델로 참여했다가 피해 남성모델 ㄱ씨의 나체사진을 몰래 촬영,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리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은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시작돼 지난 4일까지 4차례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여성 시위를 분출시켰다. 워마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안씨가 남성 불법촬영 범죄자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빨리 체포돼 구속됐고, 이 과정이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며 경찰이 공정하지 못한 태도로 수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1심은 안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안씨가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면서도 “피해자의 성기와 얼굴이 그대로 보이는 사진을 남성혐오 사이트에 올린 점은 죄책이 무겁고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돼 실질적인 삭제도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안씨 측은 법정에서 “직업이 누드모델이라는 특수성으로 성폭력 사건이 된 측면이 있음을 참작해달라”면서 “워마드에 올라온 글로 위로를 받고 응어리진 감정을 해소하다 보니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사진을 게시한 것”이라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씨가 만 25세 어린 나이이고 초범인 데다 수차례 반성문과 사과편지를 냈다”면서도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워마드에 피해자의 성기가 노출된 사진과 글을 반포해 불특정 다수가 이를 볼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한 처벌은 가해나자 피해자의 성별과 관계없고, 반포 목적에 대한 차별도 없다”며 “피해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리를 침해당하고 피해도 심각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피해자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피해자는 평생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어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의 판결이 너무 가볍다거나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안씨는 형사재판과 별도로 피해자 ㄱ씨에게서 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1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집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소라넷 16년 홍대몰카 7일’이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 19일 집회에 참석한 한 여성이 1999년 개설돼 2016년 폐쇄된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인 ‘소라넷’과 7일 만에 피의자가 검거된 홍익대 ‘몰카 사건’을 비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이유진 기자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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