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2018 스포츠 화제의 인물]호주오픈 4강 신화로 테니스 역사 새롭게 쓴 정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정현의 경기 장면.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가즈아~’, ‘충 온 파이어!’

테니스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테니스 불모지인 한국을 때아닌 테니스 열풍에 휩싸이게 만든 신드롬의 주인공 정현(22·한국체대)이 유행시킨 말들이다. 듣기만 해도 에너지가 펄펄 솟구칠 것만 같다.

지난 1월 한국의 스포츠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시즌 첫 메이저인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정현이 한국 선수 최초로 남자단식 4강까지 진출하며 우리나라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썼기 때문이다. 우승상금 30억원이 넘는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는 그저 남의 나라 잔치로만 여겼던 한국의 스포츠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감동을 안겨준 그 때의 장면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세계 랭킹 58위 자격으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정현은 64강, 32강, 16강, 8강 고지를 차례로 점령했고 파죽지세로 4강까지 오르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강자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는 점이다. 1회전에서는 미샤 즈베레프(35위·독일)를 상대로 2세트까지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기권승을 거뒀고 2회전에서는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를 3-0(7-6 6-1 6-1)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그리고 3회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5-7 7-6<3> 2-6 6-3 6-0)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에게 거둔 승리이자 생애 첫 그랜드슬램 16강 진출이었다. 이는 이덕희(1981년 US오픈)와 이형택(2000년과 2007년 US오픈)이 세웠던 한국 선수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16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었다.

불붙은 정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16강전에서 자신의 우상이었던 거함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까지 무너뜨리며 한국선수 누구도 밟지 못했던 ‘메이저 8강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를 세계랭킹 1위로 마친 조코비치는 당시 팔꿈치 통증 등의 여파로 세계랭킹 14위에 머물고 있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정현보다 몇 수 위의 기량을 가진 상대였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정현은 조코비치를 상대로 매 세트 접전을 벌였고 결국 3-0(7-6<7-4> 7-5 7-6<7-3>)의 믿기 어려운 승리를 일궈냈다. 거침없는 돌풍으로 ‘가즈아~’란 말을 유행시켰던 그가 사인펜으로 카메라 렌즈에 적어넣은 메시지가 바로 ‘충 온 파이어!’(CHUNG On fire)였다. 자신의 표현처럼 활활 타오른 정현은 이틀 후엔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을 3-0(6-4 7-6<5> 6-3)으로 완파하고 4강에 올라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또 한 번 새로 고쳐썼다. 비록 4강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상대하다 발바닥 물집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2세트 도중 기권했으나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 지난 1월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불과 2년전만해도 세계랭킹 100위권 밖으로 추락하며 깊은 슬럼프에 신음하던 정현이었기에 감동은 더욱 컷다. 이후 정현은 5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MW 오픈 4강까지 진출하는 등 세계 랭킹 19위까지 끌어올려 종전 이형택의 36위를 깨고 한국 선수 역대 최고 랭킹 기록도 새롭게 썼다. 박태환(수영), 김연아(피겨스케이팅)의 뒤를 잇는 아마추어 종목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후반기 들어 고질적인 발목과 발바닥 부상으로 세계랭킹 25위까지 추락했지만 몸을 추스린 정현은 2019년 1월 열리는 호주오픈에서 ‘4강 신화’ 재현을 벼르고 있다. 정현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부상으로 인해 대회에 몇 차례 빠지기도 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평가했고 “동계훈련에서 체력과 유연성을 더 키워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높은 위치에 서고 싶다”고 다부진 자신감을 드러내며 다가올 시즌을 다짐했다.
ink@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