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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POP이슈]"최소한의 생존권 원해"..'황후의품격' 스태프, 고발로 전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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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SBS '황후의 품격' 포스터


[헤럴드POP=천윤혜기자]'황후의 품격' 스태프들이 방송사인 SBS와 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그룹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18일 오전 희망연대노조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의 근로환경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 환경의 실태를 폭로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김두영 지부장은 "방송사는 지난 6개월 동안의 유예기간을 얻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한 번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노동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관행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의 시간이었다"며 SBS와 제작사를 상대로 고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 역시 말문을 열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16년 tvN '혼술남녀'에서 살인적인 노동에 힘겨워하다 목숨을 읽은 이한빛 전 CJ E&M PD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주간 50여 명이 죽음의 외주화로 목숨을 잃었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시청률 경쟁, 광고 수입에만 몰두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계속 되는 살인적인 노동환경을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요구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어 "김순옥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슬프고 외로운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황후의 품격' 카메라 뒤의 스태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PD와 작가가 현장을 바꾸는데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들꽃노동법률사무소 김유정 노무사는 "어제(17일) 지부에서 문제제기를 하니 SBS측에서 29시간이 아닌 하루에 21시간 30분 촬영했다고 하더라. 위법을 자인한 꼴이다"며 방송 현장에서는 하루 20시간이 넘는 노동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다"며 "방송현장은 무한정 연장 노동이 불가능해졌음에도 달라진 게 없다. 제작시스템 개선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고옹노동부가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있는 거다. 현장을 감독하고 위법은 처벌돼야 한다. 이와 같은 살인적인 노동이 근절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17일 희망연대노조 측은 '황후의 품격'이 지난 10월 10일 29시간 30분 동안 촬영을 했고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 간 쉬는 날 없이 촬영을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SBS 측은 헤럴드POP에 " 29시간 30분 촬영으로 알려진 10월 10일 정읍, 영광 촬영의 경우, 여의도에서 06:20에 출발, 지방에서 익일 05:58분에 촬영이 종료됐다"며 29시간 30분이 아닌 21시간 38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지방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으나, 스무 시간이 넘는 고된 근로시간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다음날은 휴식 시간을 갖기도 했다"며 "촬영 초기에 지방 촬영이 잦아 장시간 근로시간이 발생하였으나 앞으로 장시간 촬영을 자제하고 근로시간에 맞춰 스케줄을 조정해가겠다"고 사과했다.

SBS의 해명대로 '황후의 품격'이 21시간 30분 동안 촬영했다고 할지라도 이는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수준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SBS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스태프들의 안전 논란이 점화된 바 있다. 사상 최악의 폭염에 야외에서 장시간 촬영으로 과로사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해당 스태프는 촬영이 없는 휴가 기간에 내인성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며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스태프들의 안전에 비상이 생겼다는 사실은 충분히 증명됐다.

그러던 와중 올해가 가기 전 '황후의 품격' 스태프들이 살인적인 노동 환경을 폭로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당시 사건으로부터 약 4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제작환경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던 제작진 측의 설명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비단 SBS만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많은 드라마들이 바쁜 환경에 노출되며 스태프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참고 참던 스태프들이 결국 들고 일어났다. 이들이 용기 있게 나선 고발이 스태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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