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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갈팡질팡 영국…수면 위로 떠오른 브렉시트 국민투표 재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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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각료들, 2차 국민투표 놓고 의회 투표 촉구

블레어 전 총리 거듭 주장…“다른 선택지 없다면 …”

노동당 일부 의원들도 국민투표 재실시 필요성 제기

메이 “의원들에겐 브렉시트 이행 책임 있다”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안을 놓고 몸살을 앓는 영국 정치권의 여야 양쪽에서 국민투표 재실시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아직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제3의 길’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가디언>은 테리사 메이 보수당 정부의 일부 각료들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재실시 등을 놓고 자유 재량 투표가 허용돼야 한다고 메이 총리에게 촉구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협상안이 의회 등에서 거센 반대에 직면해 교착상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투표 재실시를 포함한 출구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내년 3월에 유럽연합과 탈퇴 조건을 따로 정하지 않고 떨어져나오는 것(노 딜 브렉시트)까지 포함해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의원들이 다퉈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이 총리는 18일 내각 회의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각료들과 토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사법재판소는 10일 영국이 독자적으로 브렉시트를 철회할 권한이 있다며 ‘분위기’를 깔아준 바 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국민투표 재실시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노동당)도 제기한 이런 제안이 브렉시트 협상을 해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메이 총리는 블레어 전 총리의 주장이 “그가 한때 있었던 총리직에 대한 모욕”이라며, 의원들은 “브렉시트를 이행할 책임을 새 국민투표 실시로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국익을 실행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과정을 뒤엎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투표 주장은 브렉시트 조건에 대한 영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킨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14일 “의회에 다른 선택이 없다면”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를 다시 해야 하는 이유는 (브렉시트 이행 방식을) 30개월이나 협상했는데도 이와 관련해 여전히 위기 모드이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혼란 상태이고, 의회는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되면, 종국적으로 의회에서는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다수가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투표 재실시 주장은 영국 정치권 안팎에서 잠복해온 문제로, 블레어 전 총리의 언급으로 본격적으로 부상한 것이다. 영국은 2016년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탈퇴 51.9%, 잔류 48.1%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하지만 탈퇴 방식 및 탈퇴 이후 유럽연합과의 관계에 대한 국내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과 타결한 탈퇴 협상안도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로 의회에서 부결이 우려되자 11일 실시하려던 동의 투표가 연기됐다.

앞서 야당인 노동당 의원 일부도 데이비드 리딩턴 내각장관을 만나 국민투표 재실시를 촉구했다. 하지만 노동당 내에서도 지도부를 비롯해 다수는 재실시에 부정적이다. 노동당 집권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앤절라 레이너 의원은 “국민들은 결정했고, 이를 되돌리는 말은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투표 재실시는 현재로서는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으나, 브렉시트 협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힘을 더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연합은 기존에 타결된 협상안이 영국 내에서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할 의사는 있으나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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