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 484명 중 2명만 인정…난민인권단체 "말문 막히는 결과"
반대단체 "가짜난민 구분해야"…난민 인정 범위·기준 논쟁 격화 예상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국민 찬ㆍ반 여론 |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난민 이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크게 끌어올린 계기가 됐던 제주 예멘인 난민 심사가 마무리됐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중 2명이 처음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난민포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를 고려하면 난민 수용률이 여전히 너무 낮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내 노동시장·재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온정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선 안 될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제주, 예멘인 2명 난민 인정... "언론인 출신" / 연합뉴스 (Yonhapnews)
올해 상반기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총 484명이다. 3차례에 걸친 심사 결과 14일 2명이 처음으로 난민 인정을 받았다.
412명은 인도적 차원의 체류를 허가받았고, 56명은 단순히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14명은 난민 신청을 철회하거나 출국 후 재입국 기간 내에 입국하지 않아 난민 심사가 직권 종료됐다.
정부는 난민 협약과 난민법상 5대 박해 사유(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에 해당하지 않으면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난민 신청을 한 제주 예멘인이 실제 난민으로 인정된 비율은 0.4%에 그쳤다. 지금까지 누적 난민 인정률인 4%보다 훨씬 낮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2년 우리나라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후 올해 상반기까지 총 4만2천9명이 난민 신청을 했고, 이 중 4%인 849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선진국 평균 난민 인정률은 38%가량이다.
제주 예멘인 난민신청자 (PG) |
한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13년 1천574명에서 2014년 2천896명, 2015년 5천711명, 2016년 7천541명, 2017년 9천942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은 총 1만4천1명이다. 5년 만에 8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분쟁이 계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난민이 증가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찬반과 관계없이 국제사회로부터 난민 수용 압박이 갈수록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난민·인권단체들은 이번 난민 심사 결과를 두고 인정률이 너무 낮다고 지적한다.
한 난민인권단체 활동가는 "말문이 막히는 결과"라며 "내전으로 고통받는 예멘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이렇게까지 난민 인정 숫자가 낮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무분별한 난민 인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불법 취업을 노린 '가짜 난민'을 구분할 수 없을뿐더러 범죄·테러의 위험도 크다며 난민 인정을 좀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제주 예멘난민 신청자 |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등은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지나친 혜택 부여와 무사증 입국 제도로 편법 난민 신청이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운용하는 제주에 외국인은 관광을 목적으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으며 30일 동안 체류가 가능하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국내 입국 난민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 난민이 아니라 일자리·복지를 찾아 떠도는 이들이 대다수"라며 무비자 제도를 통해 입국·체류하는 외국인은 난민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제주도 예멘인 입국을 계기로 난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됐지만 한편에선 괴담 수준의 외국인 비하 주장이 나오고, 다른 한편에선 입국자에 대한 온정론이 팽팽히 맞서 지난 6개월간 논의가 제대로 진전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인정률 0.4%의 난민 심사 결과는 논쟁을 수그러들게 하기보다는 적정한 난민 인정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난민 인정 기준은 무엇인지를 두고 더 치열한 논쟁을 낳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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