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안전장치 법적·정치적 확약 요구…"이번엔 돌파구 어려워"
EU "재협상 안돼…안전장치 발동않도록 2020년까지 새협상 타결"
이날 회의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 의회에서 비준동의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국경문제 안전장치 관련 합의에 대한 EU의 법적·정치적 확약이 필요하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나머지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동의를 위해 메이 총리를 도울 용의가 있다면서도 재협상은 어렵다고 맞서 절충점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EU 정상들은 오는 2020년 말까지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짓도록 추진해 논란이 되는 국경문제 안전장치가 발동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했다.
EU 정상회의 진행 모습 |
전날 자신이 속한 보수당 일부 의원이 요구한 신임투표에서 승리, 정치적 고비를 넘긴 메이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 참석해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영국내 상황에 대해 설명한 뒤 먼저 회의장을 떠났다.
영국 의회는 당초 지난 11일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비준동의안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메이 총리는 의회 내 반대 의견이 우세하자 지난 10일 표결을 전격 연기한 바 있다.
이어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문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우려하는 국경문제 안전장치에 관해 EU 측과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앞서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방안을 브렉시트 합의문에 담았다.
그러나 메이가 속한 집권당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안전장치'가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EU 정상회의에 온 메이 총리 [브뤼셀 AP=연합뉴스] |
메이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영국 의회에서 합의문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전장치'(종료)에 필요한 '법적·정치적 확약'을 EU 정상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메이 총리는 '재협상은 없다'는 EU의 완강한 입장을 의식한듯 "이번 정상회의 기간 브렉시트 합의와 관련해 즉각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EU와 영국간에 향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타결 목표일 등을 약속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AFP 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예상했던 대로 나머지 27개국 정상들은 대체로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을 위해 메이 총리를 도울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정치적 선언을 가능하지만 합의문을 다시 꺼내 내용을 수정하는 재협상에 대해선 난색을 표명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 "브렉시트 합의문 바꿀 수 없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문을 바꿀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고, 룩셈부르크의 자비에 베텔 총리는 진심으로 메이 총리를 돕고 싶지만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합의를 재논의할 수는 없다"면서 "오늘 (정상회의의) 논의는 정치적인 것이지 법률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U 순회 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새로운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메이 총리가 먼저 회의장을 떠난 뒤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안전장치에 대한 영국의 우려를 달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한 끝에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EU 정상들은 공동선언에서 "EU는 영국과 장래에 친밀한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면서 "안전장치가 발동되지 않도록 2020년말까지 이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 "안전장치가 발동되더라도 EU는 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보더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다음 합의 때까지 일시적으로, 엄격하게 필요한 기간에만 적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정상들은 "재협상을 위해 문을 열어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FP 통신은 EU 정상들이 안전장치와 관련한 영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정치적인 선언을 하고 내년 1월에 합의내용에 대한 법적 해석을 내놓은 2단계 계획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가진 회견에서 "집행위는 내년 3월 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는 것에 대한 준비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오는 19일 '노딜 브렉시트'에 일반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정상들은 이밖에 이날 회의에서 2021~2027 예산안과 난민 문제, 가짜뉴스 대책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정상들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사건과 관련,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으나 내년 1월 종료되는 러시아에 대한 기존 경제제재는 6개월 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U 정상들은 둘째날인 14일 회의에선 유로존 개혁방안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하고 폐회할 예정이다.
영국, 내년 3월 29일 EU 탈퇴 예정(PG) |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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