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지도자, 메이 총리엔 ‘환영’ 브렉시트 양보 ‘배제’
“신임투표, 의회와의 거래 불가능 신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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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 속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집권 보수당의 신임투표에서 승리해 총리직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당장 고비는 넘겼지만, 이 자체가 영국·EU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수정이나 의회의 비준동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어서 향후 일정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반(反) 메이 전선’ 확대에 따른 정국 혼란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 317명은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메이 총리를 당 대표로 신임하는가’를 놓고 찬반투표를 벌였다. 그 결과 메이 총리는 찬성 200표, 반대 117표를 얻어 승리를 확정했다. 당규상 1년 내 다시 신임투표를 할 수 없는 만큼 메이 총리는 내년 12월까지 당 대표와 총리직을 유지하게 된다. 메이 총리는 신임투표에 앞서 의원들을 만나 2022년 예정된 총선 이전에 사임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성명을 통해 “이제 영국민이 원하는 브렉시트를 전달하고 이 나라의 보다 나은 미래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북아일랜드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한 우려를 알고 있다. EU 이사회에서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법적·정치적 확약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신임투표가 ‘안전장치’ 방안에 반발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의 불신임 서한으로 시작된 것을 고려한 발언이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통관절차)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강경론자들은 이런 ‘안전장치’ 방식으로는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메이 총리는 당장 13~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EU 수뇌부와 정상을 만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U 측은 조항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은 가능하지만,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가디언은 “EU 지도자들은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메이 총리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면서도 브렉시트 협상에서 상당한 양보를 하는 것은 배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가 ‘안전장치’ 방안에 변화를 준 합의안을 들고 온다고 해도 이것이 영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겠다고 밝힌 의원 수도 100명 이상이었다. 런던 기반의 유럽개혁센터의 부국장인 존 스프링포드는 NYT에 “메이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는 그가 의회와 거래를 할 수 없다는 명확한 신호”라며 “합의안을 가져왔을 때 그가 실패할 가능성을 더 높인다”고 봤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당장은 신임투표에서 승리했다 하더라도 보수당 의원들이 그의 합의안까지 받아야 줘야 할 의무는 없다”고 전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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