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정상회의서 합의안 수정 노리지만 극적 변화 어려워
총리 불신임 뒤 재총선, 브렉시트 취소 위한 국민투표 안 등 부상
<가디언>, “메이 총리를 포함해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른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합의안이 큰 표차로 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11일로 예정됐던 하원 표결을 연기하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내 혼란이 극에 달하게 됐다. 영국에선 결국 합의 없는 ‘노 딜 브렉시트’를 맞이할 것이란 우려부터, 브렉시트 취소를 위한 2차 국민투표가 대안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투표 연기라는 ‘전략적 후퇴’를 선택한 메이 총리가 부결 가능성이 높은 현재 합의안을 갖고 표결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메이 총리는 10일 하원에서 표결 연기 계획을 밝히며 “유럽연합 정상들과 만나 유럽연합 이탈 방안에 관한 (영국 내) 의견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11일 메이 총리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난 뒤 13~14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출석해 합의안에 대한 영국 내 사정을 설명하고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물론 유럽연합이 잉크도 마르지 않은 합의안을 수정하자는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우리는 (지난달 25일 유럽연합과 영국이 합의한) 이탈 협정안을 재협상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영국의 비준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할 준비는 됐다”고 적었다. 결국 메이 총리는 기존 합의안과 본질적 차이가 없는 안을 가지고 귀국할 수밖에 없다. 메이 총리는 다음 표결 일정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명확한 언급을 피한 채 “최종 데드라인은 1월21일”이라고만 말했다.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큰 비판에 직면한 이유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국경 문제를 미봉했기 때문이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이탈하면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엔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는 국경 통제가 시작된다. 그러나 영국과 유럽연합은 유럽연합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사이엔 사람과 물자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국경 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25일 유럽연합과 국경 문제를 푸는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영국 전체가 유럽연합의 관세동맹에 남거나, ‘영국의 단일성’이 일부 훼손되더라도 최소한 북아일앤드는 관세동맹에 남기기로 했다. 이 보장책을 백스톱(backstop) 조항이라 한다.
메이 총리의 타협안을 놓고, 전체 650석인 영국 하원에서 과반에 못 미치는 317석으로 아슬아슬하게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여당 보수당은 분열돼 있다.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파는 현재 합의안대로라면 “영국은 여전히 유럽연합의 속국으로 남게 된다”(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견줘 친 유럽연합파는 내심 2차 국민투표를 떠올리고 있다. 10석의 미니 정당이지만 보수당에 협력하며 캐스팅보트를 쥔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인 민주통일당은 아예 북아일랜드를 예외로 삼는 백스톱 조항 자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견줘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제1야당 노동당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면서도,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정권 획득을 위해 메이 총리 흔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문제는 시한이다. 유럽연합의 헌법 역할을 하는 리스본 조약(제50조)을 보면, 유럽연합 이탈을 위한 협상 기간은 2년으로 정해져 있다. 메이 총리가 유럽연합에 이탈 의사를 밝힌 게 2017년 3월이기 때문에 2년 뒤인 2019년 3월 브렉시트는 현실화된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의 협상안이 부결된 뒤 총선을 치르는 안, 오랜 혼란 끝에 서서히 제2의 국민투표 쪽으로 여론이 모아지는 안, 노딜 브렉시트라는 파국을 맞는 안 등을 저울질하면서 지금의 혼란이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메이 총리를 포함해 누구도 모른다는 게 솔직한 대답일 것”이라고 결론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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