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표차 부결 가능성에 하원 인준 표결 하루 전 투표 취소
ECJ “번복 가능” 판결 이후 보도…잔류 목소리에 힘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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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의 의회 표결 하루 전인 10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집무실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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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인준 표결 하루 전인 10일(현지시간) 투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BBC 등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BBC는 메이 총리가 이날 오후 3시30분 의회에서 관련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메이 총리가 표결 연기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메이 정부는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하고도 내부 단속에 실패하며 계속 혼란을 겪는 모양새다.
합의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은 강하게 제기돼 왔다.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만 해도 100명 이상이다.
하원 통과를 위해서는 유효 639표 중 최소 320표가 필요하다. 보수당과 연정파트너인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 표를 다 합치면 325표다. 애초 연정 이탈표가 거의 없어야만 하원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EU와 합의안 도출 이후, EU와 완전한 결별을 원하는 당내 브렉시트 강경파들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그레이엄 브래디 보수당 의원은 메이 총리의 표결 지연 결정 보도 직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옳은 결정이다”라며 반겼다. 브래디는 메이의 총리직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수 있는 보수당 내 1922위원회 대표다.
메이 총리의 의회 표결 연기 결정 보도는 이날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번복이 가능하다고 판결한 이후에 나왔다. 영국이 EU 동의 없이 탈퇴 의사를 통보한 것처럼, 이를 철회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 국민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민투표 재실시와 EU 잔류를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의회 표결 연기 결정은 당장의 혼란을 피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메이 총리가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지만, EU는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 장관은 지난 9일 BBC 인터뷰에서 “인준 투표는 예정대로 화요일에 진행될 것”이라며 재협상 요구를 일축했다. EU가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EU가 아니라 영국이 추가 양보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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