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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리뷰]클라우드 아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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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리뷰]클라우드 아틀라스

서울흐림 / 7.0 °
워쇼스키의 메시지+ 배두나 매력 ‘환상의 만남’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배우나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그 영화가 라나·앤디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혁신적인 시각 효과와 철학적 메시지로 호평을 받은 <매트릭스> 시리즈를 만든 워쇼스키 남매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스피드 레이서>(2008) 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이들과 의기투합한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톰 티그베어 감독이 연출, 각본, 작곡 등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톰 행크스, 할 베리, 휴 그랜트 등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까지 가세했으니 이쯤되면 관심을 끌지 않기가 더 힘든 상황이다. 대단한 것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게 이 영화의 숙제다.

172분 동안 이어지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9세기부터 미래까지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1849년 태평양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물이다. 항해 중인 변호사 어윙은 정체 모를 질병에 걸려 고생하고, 의사는 치료한다며 약물을 투여하지만 병세는 악화된다. 두 번째는 1936년 천재작곡가 프로비셔와 식스미스의 동성애다. 다시 1973년의 미국으로 옮겨간 영화는 핵발전소를 둘러싼 비밀을 캐는 여기자의 활약을 스릴러로 담아낸다. 노인요양원에 감금된 2012년의 노인 티모시, 2144년의 미래 서울에 사는 클론 종업원 손미, 식인종에게 가족을 잃고 환청에 시달리며 사는 2321년의 자크리 등 시대를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펼친다.


다른 시공간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은 묘한 공통점으로 얽혀있다. 혜성 모양의 모반, 말 조각, 목걸이, 단추 등 같은 공통의 표식도 나타난다. “우리 인생은 각자의 것이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타인과 연결돼 있다. 우리의 모든 악행과 선행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손미의 말대로 영화는 윤회사상을 기반으로 6개의 이야기를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연결한다. 동양에서는 친숙한 윤회사상과 인연을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국내 관객에게 친숙하게 작용한다.

‘손미’로 출연하는 배두나는 딱 떨어지는 영어 대사와 동작으로 클론 캐릭터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표현한다. 13억의 기대를 걸고 출연한 중국 여배우 저우쉰(周迅·주신)의 분량이 겨우 수분인데 비해, 배두나는 손미, 어윙의 아내 틸다 등으로 주연 타이틀에 걸맞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다만 2144년의 서울 묘사는 좀 암담하다. 서울을 미래의 중심지로 표현해준 것은 반갑지만 조잡한 한글 간판과 후진국 뒷골목 같은 거리는 서양인이 상상하는 서울일 뿐 미래 서울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무엇이든 큰 것을 기대하는 관객의 욕구를 모두 충족할 순 없다. 하지만 세 명의 감독과 배우들은 그들의 이름이 허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연출과 연기로 입증한다.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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