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지지 호소에도 '의회 모독' 등 표결서 잇따라 패배
브렉시트 토론 앞두고 하원 연설하는 메이 총리 |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Brexit) 합의안을 제시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의회 토론회 첫날부터 야당 등 반대파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열린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첫 하원 토론회에서는 메이 총리가 직접 나서 지지를 당부했다.
메이 총리는 "우리는 영국 국민의 결정을 존중해 브렉시트를 이행해야 한다"며 길고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의회가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대책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거나 브렉시트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진행된 일련의 표결에서 당혹스러운 패배를 안으면서 기선을 제압당했다.
우선 정부가 브렉시트 합의안의 법률 검토 보고서 전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결에 부쳐진 '의회 모독' 동의안이 311대 293, 18표 차로 통과됐다.
영국 정치사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의회 모독 동의안이 승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보도했다.
앞서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에 보고서 전체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43쪽 분량의 요약본만 공개한 바 있다.
아울러 브렉시트 합의안이 오는 11일 의회 표결에서 부결될 경우 향후 절차에 의회가 더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동의안 역시 찬성 321, 반대 299로 통과됐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합의안 부결 이후 의회가 주도권을 잡는다면 브렉시트에 대한 제2의 국민투표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의 도미니크 그리브 하원의원은 "이제 의회가 브렉시트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 영국 국민에게 최종 결정권을 줘야 한다. 결국에는 국민들이 이 사안을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하원 토론회는 오는 8일까지 닷새간 진행된다. 5일에는 안보·외교 분야, 6일에는 경제 분야 토론이 예정돼있다.
이달 11일 치러질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투표는 영국의 미래를 결정할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가결되면 브렉시트 절차가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돼 '연착륙'할 수 있다.
하지만 부결될 경우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한층 커져 경제 전반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선 메이 총리의 사임 압력으로 이어져 정계도 격변기를 맞을 수 있다.
[로이터제공]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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