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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영국 하원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조건을 담은 합의안 표결을 일주일 앞두고 4일(현지시간)부터 심의에 돌입했다. 강경 브렉시트파와 EU잔류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오는 11일 표결에서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은 물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5일간의 심의기간 첫날인 이날 의회에 출석해 "합의안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부결 시 무질서한 브렉시트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토론에 나선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완벽하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면서 "완벽한 브렉시트를 찾는 것이 영국 국민들을 위한 좋은 브렉시트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EU와 긴밀한 관계를 맺길 원하고, 어떤 이들은 머물기를 원한다.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을 존중한다"면서도 "EU탈퇴에 투표한 52%의 목소리가 무시된다면 무엇이 우리 정치에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하며 거듭 합의안 지지를 요청했다. 이어 제2국민투표 실시에 대해서는 "국가를 나쁜 형태로 분단시킬 것"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총 의석에서 의장 등 투표미참여자를 제외한 하원 의원 수는 639명이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과반인 320표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324표를 갖고 있는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강경 브렉시트파를 중심으로 반대가 90~100표 상당인 것으로 추산된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으로 대표되는 강경 브렉시트파는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동시탈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당의 경우 브렉시트는 찬성하지만 이번 합의안이 산업과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전환기 등에 대한 규정이 어정쩡하다는 데 반발하고 있다. 노동당은 합의안 부결 시 정부 불신임 투표를 제기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메이 총리에 이어 5일에는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과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이 브렉시트 이후 안보 등과 관련한 토론에 참여한다. 6일에는 경제분야에서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등이 토론에 나선다.
합의안 부결 시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내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도 우려된다. 앞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EU와 어떤 협상을 체결하더라도 영국 경제가 내년 3월29일 브렉시트 이후 심각한 충격을 받게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특히 아무런 협상을 체결하지 않은 채 탈퇴하는 이른바 '무질서한 브렉시트(disorderly Brexit)' 시 경제성장률은 7%이상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이날 하원 재무위원회에 참석해 "무질서한 브렉시트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10%급등할 것"이라며 파운드화 가치 하락, 관세 부과 등에 따른 비용증가 등을 우려했다. 이보다 덜 혼란스러운 브렉시트 시나리오에서도 식료품 가격은 6% 뛸 것으로 예상됐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접근법은 하원에서 패배했다"며 "이날 법률검토 보고서 전문을 전체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회모독 표결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하원 다수당 외형 유지하려는 메이 내각으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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