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는 운동장서 태연히 폭행, 주변선 구경만…英의원 "시리아 난민에 사과"
영국에서 발생한 시리아 난민 출신 학생 폭행 장면 |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영국에서 시리아 난민 출신 10대 소년이 또래 학우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만연한 반(反)난민 정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고 외신들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약 40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키가 훨씬 큰 소년이 한 소년에게 다가가 뒤에서 목을 잡고 바닥에 넘어뜨린 뒤 얼굴에 물세례를 퍼부으며 욕설과 함께 "널 익사시킬 거야"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학생들은 주변을 빙 둘러싼 채 멀뚱히 서 있었고 일부는 폭행 과정을 촬영했다. 폭행을 당한 소년은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사건은 지난달 25일 영국 북부 허더즈필드 마을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점심시간 즈음 일어났다.
동영상 속 피해자는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를 떠나 난민 자격으로 영국에 정착한 15세 소년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그의 정확한 이름과 가족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친척들이 시리아 전쟁 와중에 살해된 뒤 영국 정부로부터 난민 자격을 인정받아 2년 전 영국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린 소년은 영국에 온 이후 반복적으로 이러한 인종차별적 폭력에 노출됐다. 이달 초에도 비슷한 일을 당해 오른팔에 상처가 생겼다.
잦은 시달림을 견디지 못한 그의 여동생은 학교 화장실에서 안경을 깨뜨려 자해를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적 폭행 사례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서 피해 소년보다 한 살 많은 가해 학생을 소년 법정에 넘겼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타고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면서 이번 주에만 100만명 이상이 시청한 해당 영상은 영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인종 차별과 반(反)난민·이민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고 언론은 전했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의회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 난민들에게 사과한다. 영국은 이들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 소년이 거주하는 지역 의회의 배리 시어만 의원 역시 트위터에서 "충격적이다"라고 적고 피해 학생 가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주민 무함마드 타히르씨는 이 시리아 소년을 돕기 위해 '고펀드미'라는 이름의 펀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첫날에만 10만 달러 이상이 모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타히르씨는 "찢긴 나라를 떠난 이들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적 자격마저 상실했다"며 "이러한 끔찍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부디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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