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도착한 시리아 난민 하산 알-콘타르 |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톰 행크스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터미널(The Terminal)'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현실에서도 비슷하게 이뤄질 것 같다.
주인공은 최근 2개월간 말레이시아 외국인보호소에 억류돼 있던 시리아 난민 하산 알-콘타르(37) 씨다.
병역 거부자로서 외국을 떠돌다가 지난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발이 묶인 그는 6개월가량 공항 청사 안에 머물면서 '국제 미아'처럼 생활했다.
인터넷으로 생활상이 알려지면서 국제적 관심을 모았던 그가 26일(현지시간) 오후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하산의 망명을 도운 '캐나다 돌봄 협회(Canada Caring Society)'의 자원봉사자 로리 쿠퍼 씨는 BBC에, 지난 22일 하산이 캐나다로 온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공항에서 그를 안아줘야 현실로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긴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쿠퍼 씨는, 하산이 비행기 탑승구에서 '많이 보고 싶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자신에게 보냈다고 했다. 하산의 변호사도 그가 캐나다 정착을 허가받아 이동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캐나다 이민 당국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된다면서, 하산이 캐나다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인권단체가 하산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고, 그를 캐나다로 보내기 위한 모금 운동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캐나다 돌봄 협회'가 이민 당국에 하산의 입국 허용을 요구하며 시작한 온라인 청원에는 6만2천여 명이 지지 서명을 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했을 당시 하산은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보험회사에서 근무했다.
하산은 병역 미필 상태여서 여권을 갱신하지 못했지만, 체포되거나 군대로 보내질 것을 걱정해 귀국하지 않았다. 그 후 UAE에 불법 체류하다가 2016년 체포됐고, 2017년에는 겨우 새 여권을 손에 넣었지만 말레이시아로 추방됐다.
말레이시아는 시리아인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산은 그때 받은 3개월짜리 관광비자까지 만료되자 터키로 가려고 했지만,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했다. 캄보디아에서는 강제 송환되기도 했다.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된 하산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입국장에 머물면서 항공사 직원들이 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냈다. 그 기간에 하산은 자신의 궁핍한 생활을 담은 영상을 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올려 지구촌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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