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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정리뉴스] 기숙사 몰카 등 음란물 온상 ‘텀블러’ 드디어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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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hoto by Rob Kim/Getty Images for Tumblr/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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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야후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텀블러(Tumblr) 어플리케이션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텀블러가 앱스토어에서 사라진 이유

텀블러가 앱스토에서 쫓겨난 이유는 ‘아동 음란물’ 게시를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USA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텀블러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텀블러 IOS 어플리케이션(앱)이 삭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던 텀블러는 결국 성명을 내고 애플의 정기감사 결과 아동 성학대·착취 콘텐츠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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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텀블러(Tumblr)는 삭제된 상태로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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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애플은 스토어에 등록된 모든 앱이 아동 음란물 유통을 막는 필터링 기능을 반드시 갖추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텀블러는 어떨까요?

20일 텀블러는 “우리는 모든 이용자들에게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아동 성학대·착취 콘텐츠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미국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 등과 협력해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업계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불법 콘텐츠의 유통을 막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아동 음란물이 게시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텀블러는 “이번에 발견된 게시물은 아직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면서 “발견 즉시 문제가 된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22일 현재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텀블러 앱은 삭제된 상태로 다운로드가 불가능합니다.

■‘여학생 기숙사 몰카’, 그 시작은…

텀블러는 국내에서도 인터넷 음란물의 최대 온상지로 악명을 떨쳐왔습니다. 특히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거나 몰래 촬영한 콘텐츠가 텀블러에 게시돼 온라인상에 유포된 일이 많았습니다.

지난달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외 인터넷 포털·SNS 공간에 유통되는 불법·유해정보 시정요구 건수는 총 71만1434건에 달했으며, 이중 텀블러가 11만9205건으로 가장 많은 시정요구를 받았습니다. 유통된 불법·유해정보 중에서는 성매매·음란물이 17만7088건으로 단연 많았습니다.

지난 5월 경기 남부지역의 한 고등학교 여학생 기숙사 방 내부를 몰래 촬영한 사진이 유포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기숙사를 몰래 촬영한 영상 여러 개가 텀블러에 올라왔고, 누군가 이 영상을 캡처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면서 온라인상에 퍼졌다고 합니다. 유포된 사진 속에는 여학생들이 기숙사 방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20여개 장면으로 나뉘어 담겨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사진 유포 혐의로 29명의 남성이 불구속 입건됐으나 아직 영상의 최초 게시자는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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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텀블러에 올라온 ‘여동생 성폭행 모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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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는 텀블러에 “여동생 성폭행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지난 3월2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텀블러에 친동생이라며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나체 사진과 함께 성폭행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회사원 ㄱ씨(26)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텀블러는 미국에 본사가 있어 국내법의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음란물 제재를 위해서는 텀블러와의 공조 수사가 필수적입니다. 실제 영등포경찰서는 미국 국토안보부에 협조를 요청해 텀블러 측에서 ㄱ씨의 아이피(IP)를 받아 검거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미국 기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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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현재 텀블러 홈페이지 메인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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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텀블러는 그동안 한국 경찰 등의 공조 요청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미국 텀블러 본사에 규제를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우리는 미국 기업”이라며 협조를 거부한 바 있습니다.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방통심의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8월 초 텀블러 측에 이메일을 보내 “성적으로 노골적인 많은 동영상이 텀블러에 업로드되고 있어 텀블러는 한국에서 새로운 포르노 사이트로 오해받게 됐다”며 불법콘텐츠 대응을 위한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텀블러 측은 같은 달 보낸 답장에서 “텀블러는 미국 법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다. 텀블러는 대한민국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으며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협력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어 “텀블러는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여 성인 중심의 자료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호스팅하는 서비스”라며 “신고된 콘텐츠를 검토했지만 우리의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텀블러가 미국 기준을 내세워 성매매·음란 정보에 대한 자율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방통심의위의 시정·삭제 요구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입니다.

■텀블러, 정신 차릴까?

앞서 텀블러에 ‘여동생 성폭행 모의’글을 작성한 ㄱ씨를 검거했던 영등포경찰서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한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는 경찰이 직접 공문을 보내면 협조에 응하는 회신이 오는데, 텀블러는 이용자 중에 한국인이 적다는 이유로 대응을 안 한다. 그래서 미국 국토안보부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는 아동 음란물을 심각한 범죄로 보기 때문에 국제공조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말의 요지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한다면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불법 음란물 게시자도 ‘어떻게든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타사와 달리 텀블러는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일관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텀블러에는 최근까지도 다수의 음란물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계속해서 올라왔습니다. 이중에서는 촬영 동의를 받지 않는 이른바 ‘몰카’나 합성사진,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착취하는 콘텐츠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이 지난해 8월 텀블러 디지털 성범죄 계정 125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일반인 여성의 신상을 공개하며 ‘지인 능욕’한 계정이 56%(70개), 미성년자 음란물을 올린 계정이 74.4%(93개)에 달했다고 합니다. 여동생 누나 어머니 등 가족 대상도 7.2%(9개)였습니다.

지난 2월 방통심의위도 지난해 실시한 음란·성매매 정보 중점 모니터링에서 텀블러에서 지인 능욕·합성과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주로 유통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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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트위터 계정 @ArcturusXxxiii는 텀블러가 아동음란물의 온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같은 텀블러의 ‘악명’은 해외에서도 드높았던 모양입니다. 지난 14일 트위터 계정 @ArcturusXxxiii는 “아동 음란물의 온상 텀블러를 알리고자 글을 쓴다”면서 “텀블러의 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해봤지만 게시물은 삭제되지 않거나, 삭제됐더라도 몇 시간 뒤 제목이 수정돼 다시 게시된다”고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텀블러는 불법 콘텐츠를 지금보다 더 빨리 삭제하고, 삭제된 콘텐츠가 다시 올라올 수 없도록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텀블러는 이 계정의 문제제기에 대해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다”고만 밝힐 뿐이었습니다.

결국 애플이 ‘막장’으로 치닫던 텀블러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애플의 조치 이후 텀블러는 아동 음란물과 같은 불법 콘텐츠를 올리는 모든 계정에 대해 차단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텀블러는 ‘불법 음란물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고, 뒤늦게나마 자기 쇄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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