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우스호는 혐의 부인…살비니 "난민구조선 봉쇄 당위성 뒷받침"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프랑스 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지중해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에 대해 독성폐기물 불법 처리 혐의로 압수 명령을 내렸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랑스 마르세유 항에 입항하고 있는 지중해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AP=연합뉴스] |
현지 뉴스통신 ANSA는 이와 관련, 시칠리아 섬의 카타니아 검찰을 인용해 아쿠아리우스 호가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만4천㎏의 독성 폐기물을 무단 처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 배의 승무원들이 이탈리아 항만에 정박해 있는 동안 옴 등의 전염병에 감염된 난민들의 의복, 피 묻은 붕대를 비롯한 의료 폐기물 등 위험 물질을 따로 분류하지 않은 채 다른 선내 폐기물과 함께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한 MSF의 이탈리아 계좌 등 약 46만 유로 상당의 자산도 동결하고, MSF 직원을 포함해 총 24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쿠아리우스 호는 최근 이탈리아 정부의 요청을 받은 파나마 정부에 의해 선적을 박탈당한 뒤 현재 프랑스 마르세유 항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라 이탈리아 당국의 압수 명령이 실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MSF는 이탈리아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폐기물 처리를 포함해 우리는 항상 표준 절차를 따라 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가브리엘레 에미넨테 MSF 이탈리아 지부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MSF는 NGO를 겨냥한 이탈리아 정부의 명예 훼손을 겪어야 했다"며 "지중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일한 범죄는 난민 구조를 위한 수색·구조 시스템이 철저히 무너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MSF를 비롯한 NGO들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상당한 몫을 해왔다. 하지만, 작년 여름 중도좌파 민주당 정부가 이끌던 이탈리아 정부가 "일부 NGO가 불법 난민 밀입국 업자들과 결탁한 의혹이 있다"며 NGO의 구조 활동에 제동을 걸면서 운신의 폭이 대폭 축소됐다.
이후 지난 6월 출범한 포퓰리즘 정부의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내무장관에 취임한 극우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이탈리아가 더 이상 유럽의 난민캠프가 될 수 없다"고 말하며, NGO 난민구조선의 이탈리아 진입을 거부하는 등 더욱 강경한 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여파로 지중해에서 활동해 온 대부분의 NGO 난민구조선들은 활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AFP=연합뉴스] |
한편, 살비니 부총리는 아쿠아리우스호에 대한 당국의 압수 명령 소식은 지중해 난민 구조 선박들의 이탈리아 진입을 봉쇄한 자신의 결정이 맞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NGO 선박들을 차단한 내 결정이 옳았다. 나는 난민 밀입국을 중단시켰을 뿐 아니라, 폐기물의 밀매도 막았다"고 자평했다.
[로이터제공]
ykhyun1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