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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MK이슈]"여혐곡 아냐"…산이로 시작된 `혐오` 논란, 산이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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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혐오가 아니라는 대전제를 미리 밝혔으나 결국 혐오 논란으로 이어졌다. 산이의 기습 신곡 '페미니스트' 이야기다. 의도치 않게 혐오 논란에 기름을 붓고 사면초가에 놓인 산이는 결국 사흘 만에 문제가 된 가사에 대한 해석을 조목조목 내놓으며 다시 한 번 "혐오가 아니었다"고 두 손을 들었다.

산이는 지난 16일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신곡 '페미니스트(FEMINIST)'를 공개했다. 산이는 신곡 '페미니스트'에서 "I'm feminist"라는 가사를 시작으로 "난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다 믿어", "난 여자 편이야", "난 여잘 혐오하지 않아" 등의 내용으로 곡이 여성 혐오 노래가 아님을 밝혔다.

산이의 '페미니스트' 발표는 시쳇말로 '갑툭튀'는 아니었다. '페미니스트' 발표 하루 전인 15일 산이는 '이수역 폭행 사건' 관련 영상을 SNS에 올렸으나 영상이 허가받지 않은 것인데다 한쪽에 악의적으로 편집됐다는 이유로 '2차 가해' 논란을 불렀다.

'이수역 폭행 사건'이란 13일 새벽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남성 3명과 여성 2명 사이에 말싸움이 발단이 돼 벌어진 폭행사건. 여성 측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며 '여혐' 대 '남혐' 사건으로 비화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고 산이의 '페미니스트' 역시 출발점은 사실상 이 사건이었다.

'페미니스트'는 곡 자체로도 남혐 대 여혐을 심화시키며 도마 위에 올랐지만 래퍼 제리케이가 산이의 '페미니스트'를 비판한 신곡 '노 유 어 낫(NO YOU ARE NOT)'을 공개하면서 디스전으로까지 비화됐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산이가 '페미니스트' 가사에서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땐 돈은 왜 내가 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제리케이는 "없는 건 없는 거야 마치 면제자의 군부심"라고 일갈했다.

배우 손수현도 간접적으로 산이의 신곡 '페미니스트'를 반박했다. 손수현은 자신의 SNS에 '팩트(Fact)'라는 짧은 글과 함께 책 '82년생 김지영'의 한 페이지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해당 페이지는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이며, 한국이 여성이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라는 책의 일부 내용을 담고 있다. 산이 '페미니스트' 가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제리케이 등에게 저격당한 산이는 18일 새벽 제리케이를 맞디스 하는 곡인 '6.9cm'를 발표했다. 산이는 '6.9cm'를 통해 '제리케이 참 고맙다. 너 때문에 설명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인스타그램 잘봤다. 맞아도 되는 사람 당연 없지만 제리케이 넌 이 새벽 부터 좀 맞아야겠다', '기회주의자 XX, 일시적 인기 얻기 위해 열심히 트윗질 채굴 페미코인 입 열때 마다 역겨운 랩'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면서 산이는 예정됐던 행사 출연이 불발되는가 하면 산이의 곡을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산이는 결국 19일 SNS를 통해 다시 한 번 "'페미니스트' 가사에 대한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며 해명했다.

산이는 "'페미니스트' 이 곡은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니다. 곡에 등장하는 화제는 제가 아니다"라며 "곡의 본래 의도는 노래 속 화자처럼 겉은 페미니스트, 성평등, 여성을 존중한다 말하지만 속은 위선적이고 앞뒤고 안 맞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산이는 "화자는 남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대부분 남자가 이렇다는 이야기 또한 아니다. 이상적인 남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한다"라며 "미안해.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어. 나머지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고 덧붙였다.

곳곳에 퍼진 잔불에 산이가 부은 '기름'은 결국 산 전체를 통째로 집어삼킨 거대한 불로 퍼졌다. 기름을 부은 산이 역시 그 불에 휩싸여 빠져나올 길을 찾는 듯 하지만 아직은, 불길이 너무 거세다.

애석하게도 창작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전개로 이어지고 있는, 산이가 촉발한 '페미니스트' 논란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까.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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