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전 교수 대학 근무 중 발생한 성폭력 산재신청
"전문직 노동자 성폭력 산업재해 인정 계기됐으면"
8일 오후 2시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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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성균관대 재직 당시 동료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교수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이후 대학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해 산재를 신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사업장에서는 성희롱·성추행으로 인한 산재 신청이 매년 2~10건 접수된다.
남 전 교수는 산재 신청에 앞서 8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균관대 재직 중 발생한 성폭력에 대해 산재신청서를 제출했다.
남 전 교수는 “재직 중 일어난 성폭력으로 정신·육체적 상해가 일어나 산재 신청을 하게 됐다”며 “산재신청이 승인된 후 복직이나 금전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학 및 전문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성폭력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남 전 교수는 이어 “전문직인 교수도 성폭력 피해에 자유롭지 못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반 노동자들은 얼마나 많은 피해를 당할 지 상상할 수도 없다”며 “교수였던 전문직 여성이 다수의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남 전 교수와 동행한 최주영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변호사는 “남 전 교수가 올 2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며 미투 대열에 동참했지만 가해자인 교수는 법정에서 자신의 행위를 ‘웃자고 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가해 교수로부터 업무 중 지속적으로 이어진 성폭력과 처리 과정 학교의 가했던 2차 가해는 정신·신체적 건강을 악화시켰으며 이는 명백한 산업재해”라고 주장했다.
전국미투생존자연대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남 전 교수의 산재 신청은 그가 교육계 종사자이기 전에 노동자이기 때문에 조직 내 2차 가해로 수 년간 정신·물질적 피해를 산업 재해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산재 신청은 대학 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는 선례이자 ‘첫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면서 “대학 내 성폭력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지만 그 해결은 요원하다”며 “남 전 교수의 산재신청이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을 재조명해 폐쇄된 교육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산재 신청 건수는 △2013년 1건 △2014년 2건 △2015년 2건 △2016년 8건 △2017년 10건 등이다. 산재 인정 사례로는 르노삼성 직원 성희롱 사건 ,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성희롱 사건, 새마을금고 여직원 성희롱 사건 등이 있다.
남 전 교수는 올해 2월 성균관대에 교수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4년 4월 A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A교수는 지난달 26일 항소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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