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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징용배상' 외교갈등 비화 조짐…한일관계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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度넘은 日 대응에 李총리 "현명치 못하다" 일갈…DJ-오부치 20주년 무색

강제절차·ICJ행·재단설립등 거론되나 피해구제·외교갈등 최소화 병행 난제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달 30일 나온 이후 한일 갈등이 점차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가 민관 공동의 숙의 과정을 거쳐 입장을 마련키로 한 가운데 일본은 연일 도를 넘는 대(對) 한국 비난에 나서고 우리 정부도 이낙연 국무총리의 입장문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박하면서 양국관계는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부는 역사문제 등 갈등 사안과 그외 경제·안보 관련 협력을 병행하는 '투트랙' 기조 하에 한일관계를 관리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판결을 둘러싼 파장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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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도쿄 AFP/지지통신=연합뉴스)



◇선을 넘어선 日외무상 발언에 정부도 '발끈'…앞길 안보이는 한일관계=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 직후 정부가 민관 공동의 '숙의'를 거쳐 정부 입장을 내 놓기로 한 데는 한일관계의 '완충장치'를 두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쉴새없이 대 한국 비난 공세에 나서고 우리 정부도 6일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는 첫 공식 맞대응을 함으로써 양국간 외교적 갈등이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대 한국 비난의 선봉에 선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의 발언은 용납 가능한 '선'을 넘었다고 국내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등 자국 입장을 표명하는 선을 넘어 일국의 사법부 판결에 대해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등 비외교적 언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가급적 '확전'은 피하겠다는 기조이지만 이번 판결에 이르게 된 역사적 경위를 무시하는 듯한 고노 외무상 등의 일방적 언사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6일 기자단에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을 냈다.

이어 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은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단기적으로 한일관계는 상호 '말'의 공방 속에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양국관계의 새로운 모색을 해보려던 양측의 당초 구상은 동력을 잃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작년 약속한 '셔틀 외교'도 닻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법대로 이행·ICJ행·재단설립·韓정부의 대리 보상 등 거론되나 난제 많아 =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차관 등 일본 전문가들은 향후 시나리오로 판결을 법대로 이행하는 방안과 대법 판결에서 소수 의견으로 나온 한국 정부의 대리 보상 방식, 국제 재판 회부 등을 거론하고 있다.

또 독일이 동유럽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실행한 '기억·미래·책임 재단'과 같은 민관 합동 조치를 참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 정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를 고용했던 일본 기업, 한일청구권 협정 자금의 혜택을 본 한국기업 등 3자가 참여하는 재단을 만들어 대응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신각수 전 차관은 밝혔다.

그러나 이들 시나리오는 모두 나름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우선 일본 정부의 완강한 입장에 비춰 피고 기업인 신일철주금이 배상 판결을 이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는 터에 피고기업의 한국내 자산 압류 등 강제조치에 나설 경우 한일관계에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일본 기업의 대 한국 투자가 급감하고, 일본이 경제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를 통해 국제쟁점화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ICJ 재판에 한국이 응할 경우 그 승패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독도 문제까지 ICJ에 가져 가려는 일본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는 의외의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우리 정부가 배상을 떠 안는다든지, 정부가 참여하는 재단을 만드는 방안은 피해자와 여론의 반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만만치 않다.

정부의 대응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피해자 구제와 한일관계 파장 최소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말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 입장이 정리될때까지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할 것을 일본 측에 주문하는 한편, 우리 정부에게는 일본 측과의 대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우리 정부 차원의 결론이 나올때까지 일본은 대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정부로서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되, 국제적인 상황과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국제사회에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각수 전 차관은 "우선 한일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며 "지금은 거의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은데 감정적으로 흘러가서는 수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 전 차관은 "어려운 일 일수록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도 타이밍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되 외교 채널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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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 판결 취지와 일본 정부 인식 간에 큰 간극 = 한일간 갈등 양상과 관련, 근본적으로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일본 정부의 인식 사이에 큰 골이 존재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에 제공한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로 징용 문제는 해결됐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교정상화를 위한 제1차 한일회담 당시 한국 정부가 한일간 재산 및 청구권 협정 요강 8개 항목 중 제5항에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를 적시했다는 점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또 2005년 우리 정부는 민관공동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 달러는 조선총독부의 대일채권 등 한국 정부가 국가로서 갖는 청구권과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됐다고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점들을 내세워 한국 정부가 이번 판결 이행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은 일본의 주장과 '결'을 달리한다. '일본 정부의 불법적인 한반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反) 인도적인 불법행위(강제노동)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쉽게 말해 불법 행위인 일제 강제동원의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배상 성격의 위자료를 청구할 권리는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식민지배와 강제징용의 합·불법을 따지지 않은 채 정부 간에 체결된 조약은 피해자 개개인의 배상 청구권을 제약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일본의 입장 사이에 서로 초점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창록 경북대 법대교수는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한일간의 약속을 뒤집었다'는 주장을 하는데, 대법원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징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강제동원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징용과 강제동원은 명확히 다르다는 점을 우리 정부는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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