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징용판결 日 도넘은 언행 좌시못한다'…정부, 상응조치 예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몰지각한 日 정부의 한국 비판에 외교부 "매우 우려" 표명

방치했다간 피해-가해국 입장 전도되는 듯한 상황 우려한듯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UPI=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일본 기업에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 우리 정부가 6일 일본 정부 대응을 공식 반박하는 입장을 낸 것은 일본 핵심 인사들의 도(度) 넘은 언행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6일 밤 10시 30분을 넘긴 시각 기자단에 보낸 공지 문자를 통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을 중심으로 한 일본 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외교부는 "최근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문제의 근원은 도외시한 채, 우리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적으로 행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절제되지 않은 언사로 평가를 내리는 등 과잉대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와 더불어 외교부는 "금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것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일본 정부가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답변 하는 정의용 실장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정의용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jjaeck9@yna.co.kr (끝)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일본 정부가 (대법원 징용배상 판결에) 강경하게 대응을 계속하면 우리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일본 정부의 반발에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대응 입장을 발표한 것이었다.

일본 정부가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강하게 반발하는 동안 정부는 말을 아꼈다. 판결 당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발표문을 통해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정부의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 우리 정부 공식 입장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이번 판결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한일청구권협정에 비춰 일측에 징용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기존 정부 입장의 재정립 필요성 등을 감안해 신중한 대응 기조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침묵하는 동안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 수위는 점점 고조됐다.

연합뉴스

징용피해자 배상판결에 日 강력 반발…"매우 유감, 수용못해"
(도쿄 AFP/지지통신=연합뉴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가운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도쿄 외무성에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후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leekm@yna.co.kr (끝)



한국 비판의 선봉에 선 고노 외무상은 지난 3일 거리 연설에서 "일본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은 한국에 모두 필요한 돈을 냈으니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징용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이튿날 자민당 내 행사에서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을 뒤집는 듯한 이야기"라며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노 외무상은 5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맺은 협정을 한국 대법원이 원하는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그들(한국)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고,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강제징용의 '가해국'인 일본이 공세를 펴고, '피해국'인 우리는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문구가 담긴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를 향해 소녀상 철거 등을 압박했던 형세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계속 방치할 경우 우리 국민들의 대 일본 정서가 더 악화하면서 판결 후속 조치와 관련한 정부의 '선택지'도 원칙적이고 강경한 대응만 남을 수 있다는 점까지 의식했을 수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

대법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책임 판결(CG)
[연합뉴스TV 제공]



경북대 법대 김창록 교수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도 '강제동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일본 측에 명확하게 전달하고, 일본 정부의 주장에서 잘못된 부분은 우리 정부가 명백히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법원 판결이 던진 문제에 대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일본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을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판결이후 한동안 '로키'(low key, 특정 사안에 대해 입장 표명 수위를 조절하는 것) 기조를 보였던 우리 정부가 공식 반박에 나서면서 판결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정리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한일 간에 치열한 외교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의 잘못된 주장에는 맞서 대응하되, 정부 입장을 정리하기 전부터 양국간 외교갈등이 고조됨으로써 북핵 해결 등 양국이 협력해야할 분야의 협력까지 차질을 빚는 사태는 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합뉴스

외교부 정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