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서기호 변호사와 함께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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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성폭력 손해배상은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억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서 검사는 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1월 상관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지 약 10개월만이다.
서 검사는 2010년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옆 자리에 앉은 안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문제삼으려 하자 부당한 인사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의 이같은 폭로는 사회 각계의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시켰다. 현재 안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서 검사는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결국 돈 받으려는 거 아니냐' '꽃뱀이다' 이런 얘기 때문에 민사 소송을 꺼린다"며 "하지만 (손해배상은)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다. 그 점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았고, (다른 피해자들도) 당연한 권리를 당당히 행사할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현직 검사 이전에 피해자로서 법으로 보장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이번 민사 소송은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피해를 당했음에도 법적 조치를 당당히 취하지 못했던 많은 피해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검찰, 법무부, 가해자에게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고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사건을 묵살하고 은폐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당시 조직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아무런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묵살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며 "사표를 낼 생각으로 글을 예약을 걸어 올리고 직원들에게 작별인사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이 올라간 직후, 법무부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인사에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며 "이대로 있어서는 나만 죽고 말겠구나라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인터뷰에 나가게 됐다"고 했다.
폭로 후 '2차 가해'가 시작됐다고 서 검사는 말했다. "업무능력, 인간관계,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다는 온갖 이야기를 다 들었다. 성폭력 피해를 말하면 먼저 유혹했거나, 옷차림에 문제가 있거나, 꽃뱀이나 창녀라며 손가락질을 받고, 이를 피하려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입을 열면 음모가 있다거나 사주를 받았다고 한다. 폭로 이후에는 피해자답게 우울하고 어두운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한다. 살인이나 절도, 상해 등 범죄의 피해자들은 누구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는데 왜 유독 성폭력 피해자들은 2차 가해를 당할까요"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의 성범죄 의혹을 공론화하려다 인사조치를 당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법무부에 '보상 인사'를 요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서 검사는 "내가 매도당하는 데 큰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례적인 인사에 나는 문제제기도 하지 못했다 성추행 피해를 미끼로 인사 요구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법무부는 면담 신청을 해서 진상조사가 아닌 인사 요청을 했다고 허위로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으로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 서 검사는 "정치할 생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 검사는 "10개월 지속되면서 내가 가만히 있었더니 정치에 출마한다는 등 각종 얘기를 한다"며 "왜 피해자가 이런 2차 가해를 당해야 하느냐. 언행이 피해자다웠는지 여부에 따라 진짜 피해자로 평가하느냐"고 했다. 이어 "아직도 검찰이 바로 선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개혁은 법원한테만 하고 검찰은 오히려 법원에 칼을 휘두른다"고 지적했다.
서 검사의 소송 대리를 맡은 서기호 변호사도 "'꽃뱀 프레임' 등으로 소 제기를 망설였지만, 피해자 권리를 행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에 (함께하게 됐다)"며 "형사 사건에선 유죄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유무죄 관계없이 민사에선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했다.
손해배상 규모를 1억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실제 인용될 가능성 있는 금액을 고려해서 맞춘 것"이라며 "다만 소송 진행 과정에서 안 전 검사장 등이 반성하고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 청구 금액을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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