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피해자 권리 당당히 행사…성폭력은 권력 문제”

안태근·국가에 위자료 소송

“정치 같은 건 할 생각 없어”

서지현 검사가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상관으로부터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각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가속화한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45)가 6일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총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 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결국 돈 받으려는 거 아니냐’ ‘꽃뱀이다’ 이런 얘기들 때문에 민사소송을 꺼린다”며 “하지만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다. 다른 피해자들도 당연한 권리를 당당히 행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로 후 열 달간 검찰 안팎에 ‘업무능력·인간관계·행실에 문제가 있었다’는 소문이 도는 등 온갖 2차 피해를 겪었다며 “성폭력 피해라는 것은 남녀 문제가 아니라 권력 문제다. 가해자는 강자”라며 “이들이 살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모든 음모들이 진행돼 온 것”이라고 했다. 서 검사는 앞으로 2차 피해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계 진출을 위한 것’이란 일부 시각에 대해 “정치 같은 것은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서 검사는 “폭로 후 가해자나 법무부·검찰 어디로부터도 어떠한 연락이나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판사·국회의원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진행 중인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 1심 형사재판에 열람복사신청권, 의견진술권 등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겠다”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그간 소홀히 여겨져 온 피해자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에서 안 전 검사장이 2010년 10월 강제추행하고 2015년 8월 직권을 남용해 보복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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