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 간판 바꿔달고 증가 속도 최저 …CU·GS25 순증 점포수 40개대 그쳐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시국이 편의점은 하지 말라고 하네요." 국내 대형 편의점 본사 개발담당자 이모현(가명·38) 과장은 지난달 점포를 내기로 했던 예비 창업자가 했던 말이 잊히질 않는다. 이 과장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 시기가 임박하자 원래 창업하기로 했던 사람들까지 돌아서고 있다"며 "10월에만 5건이 깨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역별 창업설명회에도 편의점 창업 문의 발길이 절반으로 뚝 끊겼다. 또 다른 대형 편의점 본사 설명회에 다녀온 예비 창업자 박명희(가명·54)씨는 "투자금이 다른 업종보다 적어 혹시나 싶은 생각에 찾아갔지만 계산해보니 내년부터 주휴수당까지 합치면 알바 시급 1만원이 넘는다는 말에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8350원 시대가 임박하면서 편의점 증가 속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때 퇴직자들의 창업 0순위였던 편의점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출점 절벽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10월 순증 점포수는 5개로 뚝 떨어졌다. 2014년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업계 불공정 거래 논란이 벌어지면서 매출 부진 점포 600여개를 폐점한 위기를 겪었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편의점주의 경영난으로 편의점 창업을 외면하는 올해와는 상황이 다르다.
세븐일레븐의 올해 순증 점포수 감소는 지난 7월8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발표된 이후인 8월부터 급감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월평균 순증 점포 수는 42개였다.그러나 8월부터 7개로 떨어지더니 9월 10개, 10월 5개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0월 55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0% 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순증 점포수는 출점 점포수에서 폐점 점포수를 뺀 수치다. 편의점 업계에선 순증으로 각 사업자별 확장세를 가늠한다. A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순증수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순증이 줄어드는 것은 신규점포 출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순증수가 줄어드는 것은 세븐일레븐만의 일은 아니다. 신규사업자인 이마트24도 지난해 7월 간판을 바꿔 단 이후 지난달 최저 순증 수치를 기록했다. 이마트24의 10월 순증 점포수는 64개. 이마트 24는 매월 빠지지 않고 80여개에서 90개씩 순증 점포수를 늘려왔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임박하자 점포 출점 수가 뚝 떨어진 것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연말까지 4000개 점포를 목표로 했지만 시장 여건 탓에 목표 달성이 힘들 것 같다"며 "신규 출점 대신 기존 경쟁사의 편의점을 이마트24로 흡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편의점 CU와 GS25 역시 올해 순증 점포수가 지난해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CU는 월 평균 61개, GS25는 59개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각각 150개, 158개씩 총 점포 수를 늘렸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한 달에 편의점 점주가 써야하는 전체 비용 중 25%가 인건비로 나간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비용 부담 체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B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근접 출점 탓에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의 0.6%가 종사하는 편의점이 자영업자의 무덤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편의점 미니스톱 인수전이 치러지는 편의점 업계에선 결과에 따라 최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출점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미니스톱 인수는 몸집을 한번에 불릴 수 있는 수단이다.
미니스톱 점포수는 2533개(9월말 기준)로 다른 편의점보다 개수는 작지만 매출이 높은 알짜 매장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신세계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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