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돌아온 ‘태극기 포용론’
유튜버 만나며 ‘보수 러브콜’ 김성태,
“지만원 추천 안해” 발언엔 ‘문자 폭탄’
힘얻은 친박계는 ‘탄핵 반성하라’ 되치기
보수대통합·전당대회 과제 앞둔 한국당
‘아스팔트 우파’ 표심 놓고 ‘으르렁’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을 늦추는 ‘주범’으로 지목된 자유한국당이 여론의 뭇매에 끙끙 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쉽사리 위원 추천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배경엔, 이른바 ‘태극기 극우 보수’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당 내 사정이 있습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극우 논객 지만원씨가 자유한국당 추천 몫 조사위원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27일치 <한겨레> 보도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황급히 “지만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김성태 원내대표)고 진화했지만, 이번에는 일부 보수 지지층에서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극우 보수를 껴안자니 여론이 싸늘하고, 여론을 다독이자니 극우 보수가 돌아서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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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논란에 ‘문자 폭탄’ …당 지도부 “사실 아닌 데 대응 않겠다”
지난 1일 만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휴대전화기는 문자 수신음이 꺼져 있었습니다. 수시로 쏟아지는 ‘문자 폭탄’ 탓이라고 했습니다. “3일 전부터 문자 폭탄을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다. 지금도 오지 않느냐.” 그는 ‘지만원이 공개적으로 김성태 원내대표를 거론하며 비판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휴대전화기를 들어보이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만원씨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데 대한 항의 문자가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모를 리가 있겠느냐는 이야깁니다. 지씨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시스템 클럽’ 누리집에 김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사회적 인물(지만원 자신)을 거지발싸개 취급”했다며 “노조 잡놈” “X놈의 세계에서 본 데 없이 자란 X자식”이라고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이종명 의원을 포함한 한국당 국방위 위원들이 나를 추천했고, 현재까지 8개월 동안 지만원을 정점으로 한 3명 팀이 줄곧 한국당 추천자로 굳어 있었다” “한국당 실무의원들은 이제까지 8개월 동안 나와 나를 중심으로 뭉친 또 다른 2명의 어엿한 인물들을 (한국당이 추천할 조사위원으로서) 정중히 대해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자신이 내정자였고, 뒤집힌 원인으로 김 원내대표를 지목한 셈입니다. 앞선 지난달 30일엔 극우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를 통해 5·18 진상규명위원 선정을 “방해하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에 압력을 가하자는 내용의 ‘지라시’가 돌았습니다.
긴급, 김성태가 한국당 이종명 따돌리고 지만원 배제
뉴스를 보면 지금 현재 김성태가 지만원을 추천한 이종명 의원을 제치고 ‘5.18진상규명위원회’에서 지만원을 배제한 후 다른 사람들로 구성하려고 그럴듯한 사람들을 접촉했지만 모두가 참여를 기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5.18진실이 밝혀져야 빨갱이 세력을 진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에는 홍준표가 방해 하더니 지금은 김성태가 방해합니다.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은 공수특전단 ○○○ 회장(010-○○○○-○○○○) 으로 연락하셔서 한국당을 교정시키는 항의 방문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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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국방위원들 방 찾아다니며 ‘로비’ 했다”
내정 단계였다는 지씨의 주장에 자유한국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사실이 아닌 것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지씨가 자신을 추천했다고 주장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다른 국방위원에게 물어보라”며 ‘폭탄 돌리기’에 나섰습니다.
다만 복수의 의원실 관계자들은 지씨가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방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해달라는 ‘로비’를 꾸준히 펼쳐왔다고 말했습니다. “특별법이 통과된 뒤 지만원 박사가 국방위 위원들을 찾아와 ‘5·18의 진상을 밝힐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의견이 엇갈려 위원 내정 단계까진 가지 못했다.” “당시 국방위원 방을 방문할 때면 일부 인사들과 함께 왔는데, 그걸 소위 ‘팀’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만나주지 않는 것도 무리 아니었겠느냐.” “정확히 어떤 의원이 추천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실제로 당 내에서는 지씨가 한국당 몫의 조사위원으로 거론되는 데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컸다고 합니다. 군사평론가이자 극우 논객인 지씨는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주장을 펼쳐 보수 진영 내에서도 갈등을 빚어 온 인물입니다. “북한군 개입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애국보수진영’에 경고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대립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 지만원 “조갑제 나와라…안 나오면 내가 이긴 것”) 세월호 참사 땐 ‘제2의 5·18을 일으키기 위한 기획된 시체 장사’라는 막말을 해,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보수진영은 이런 무모하고 황당한 발언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보수진영 내에서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여론의 반발에 고개를 숙였지만, 당 내엔 “지만원이 뭐가 문제냐”며 불만스런 속내를 내비치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일부 기자들과 만나 “유튜브에 보면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많다”며 “정말 사실이 아니라면 지만원을 조사위원으로 삼아 오히려 그런 적 없다는 진상을 드러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당 안에는 5·18이나 세월호 문제에선 극우에 가까운 성향을 신념처럼 드러내는 의원들이 일부 있다”며 “이번 진상위원 논란은 중도 온건보수냐, 극우 보수 포용이냐 당이 지향할 방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분열의 소재가 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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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배제에 일부 ‘불만’… 갈등 소재 될라 ‘조심’
현재 자유한국당은 내년 2월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아스팔트 우파’ 표심을 놓고 구애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국당 당협위원장들에 대한 인적 쇄신 책임을 맡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전원책 위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인 ‘태극기’도 보수 통합 대상’이라고 발언하면서 불이 붙었습니다.
‘범 보수’의 세를 불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태극기 부대’ 세력이 최근 한국당에 다시 입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위 ‘애국보수진영’에선 ‘한국당 당원이 되어 위장 우익 지도부를 끌어내리고 진짜 우익인 황교안, 김진태, 김문수 등이 당권을 쥘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글이 SNS를 통해 돌았습니다. 최소 월 1000원씩 3달간 당비를 납부하면 전당대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책임당원’이 됩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책임당원이 8000명 가량 늘었습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당원 가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일부 태극기 세력의 복당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 친박계 초선 의원은 “중요한 것은 정권 교체인데, 태극기를 안고 있으면 중도 보수는 절대 오지 않는다. 중도 보수 탈환 없이 10% 내외 열성 지지층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어렵다”면서도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아스팔트 보수의 ‘표심’을 노골적으로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차기 당권 주자들은 저마다 태극기 세력 영입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지를 계산 중입니다. 황교안 전 총리, 김진태 의원이 대체로 친박 성향 보수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태극기 포용론’을 거들고 나섰습니다.
원내대표 임기 만료 뒤 당 대표 출마설이 돌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최근 한층 강경해진 대여투쟁 메시지를 내는 것도 태극기 세력의 당내 영향력 확대를 고려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당 내 장악력을 높인 김 원내대표가 ‘태극기’의 마음만 얻는다면 추후 당권 경쟁에서 승산이 크다는 계산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엔 ‘태극기 집회’ 등을 중계해 온 유튜버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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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팔트 표심’ 외면할 수 없는 속사정
반면 당권 경쟁에 뛰어든 당내 중진의원들은 이런 김 원내대표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31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해야 한다”며 탄핵에 동참했던 복당파를 비판했습니다. 홍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탄핵에 대한 명백한 입장 표명도 없이, 보수 단결을 하자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위장전술을 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 추천 논란이 커지면 그렇지 않아도 불붙은 ‘태극기 끌어안기’ 논란에 기름을 부을 수 있습니다. 당장 ‘애국보수’ 진영의 SNS에선 “김성태는 사꾸라다. 애국보수는 지만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글이 오르고, 유튜브엔 ‘김성태와 탄핵부역자들이 지만원 박사를 능멸하나? 자유한국당에 희망이 없다!’는 제목의 영상도 올라옵니다. 당 지도부가 한층 고심을 거듭하는 이유입니다.
2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5·18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을) 계속 섭외하고 있는데 어그러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진보·보수 양쪽으로부터 부담감을 느끼는 후보들이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상조사위 출범이 늦어지는 데 책임이 있다는 비난도 알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추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극우 보수를 만족시킬만한 5·18 조사위원 추천은 쉽지 않다. 자칫 ‘진짜 보수’ 논란이 일면 공격 소재가 될 수 있는 만큼 김 원내대표도 쉽게 입장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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