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바둑 미투’ 2차 가해 보고서 논란에...한국기원 집행부 줄사퇴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 한국기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에 2차 가해 내용을 담은 ‘바둑계 미투’ 보고서로 논란이 된 한국기원 집행부가 줄사퇴했다. 잘못된 미투 보고서 작성 등으로 드러난 한국기원의 난맥상에 프로기사들과 바둑인들이 등을 돌리면서 한국기원은 집행부 사퇴라는 초유 사태를 맞았다.

한국기원은 2일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와 송필호·송광호 부총재가 사퇴했다고 밝혔다. 홍 총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5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바라던 성과를 적잖이 이룬 시점이 자리를 비울 때라 판단했다”며 심경을 밝혔다.

홍 총재는 “바둑은 역사가 긴 만큼 의견이 다양한 곳이라 이를 수렴해 원만히 끌고 나갈 분이 필요하다”며 “한국기원 지도부 인선과 향후 바둑 정책 수립에 프로기사와 바둑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고 했다.

새 집행부 구성은 5일로 예정된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전날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도 사퇴를 발표했다. 한국기원 측은 “프로기사회의 임시 기사총회에서 유 총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게 사퇴 사유”라고 했다.

집행부 줄사퇴는 한국기원이 최근 프로기사들과 바둑인들로부터 신임을 잃은 게 배경이 됐다. 한국기원은 앞서 김성룡 전 9단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조사하면서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내용을 보고서(경향신문 10월23일자 10면, 24일자 12면 보도)에 넣어 기사들의 반발을 샀다. 기사 223명이 한국기원 윤리위원회가 작성한 해당 보고서를 재작성해야 한다고 서명했지만 한국기원 측은 이를 현재까지 검토만 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바둑 행정 분야에서도 기사들과 의견 충돌해왔다. 한국기원 집행부는 IT(정보기술) 관련 사업을 정관에 정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기원의 인터넷 중계를 위탁받아온 회사 사이버오로와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사이버오로가 중계를 못하게 하는 행위는 사이버오로의 최대주주인 한국기원의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어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로바둑 기사회는 결국 지난달 29일 임시 기사총회를 열고 송필호 부총재와 유 사무총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바둑 팬들도 최근 한국기원 앞에서 집행부의 책임을 묻는 집회를 열어왔다.

집행부가 공백 상태가 되면서 진척되지 않고 있는 김성룡 전 9단의 성폭력 의혹 사건 보고서 재작성 등 조치가 더욱 더뎌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인 코세기 디아나 기사 측은 이날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홍 총재가 피해자의 미투 고백 이후 한번도 피해자를 위로한 적이 없는 점이 아쉽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건 보고서 재작성 뿐이다. 5일 이사회에서 보고서 재작성을 의결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