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OECD 등 급증추세 우려…"긴축전환과 함께 노동시장 타격"
"기업생산성과 투자에 악영향을 끼쳐 좀비처럼 해로운 좀비기업"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낮은 금리 덕분에 연명한 이른바 '좀비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상적 경기 사이클로는 이미 도산했어야 할 이들 기업이 다가오는 긴축과 함께 무너져 고용쇼크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좀비 기업이 위험수위까지 증가한 것으로 진단했다.
BIS는 최근 14개 선진국을 조사한 결과 전체 기업에서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해 2016년 12%에 달했다고 밝혔다.
OECD의 작년 조사에서도 좀비기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여러 선진국에서 증가추세를 드러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FTSE 전세계지수를 구성하는 약 3천개 기업을 세부적으로 조사했더니 좀비기업의 비율이 1996년 0.6%에서 2016년 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좀비기업은 통상적으로 창업 후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벌어들인 이익으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를 가리킨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 정책에 따라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빚을 자산으로 삼아 연명해왔다.
헤르메스 투자운용의 대표인 이오인 머리는 "좀비기업은 그 이름처럼 저세상으로 갔어야 할 존재"라며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진군해 대체로 사회에 큰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BIS는 수십년간 금리 인하 때문에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금리 인상을 막는 좀비기업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좀비기업들이 생산성이 떨어지고 그들 존재 때문에 더 생산적인 기업과 고용에 대한 투자가 저해되는 까닭에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좀비기업은 선진국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고 금리를 인상하는 추세를 맞아 줄도산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BIS는 좀비기업들의 취약성 때문에 정책입안자들이 금리 인상이 필요한 경기 사이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올리면 좀비기업들이 무너져 심각한 고용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린 데 이어 오는 12월, 내년에도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 말까지 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마감한다고 밝혔으며 내년 말에는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BC방송은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가고 있어 좀비기업들이 위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BIS는 이런 상황을 두고 중앙은행들이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저금리를 유지하면 한쪽에서 총수요, 고용, 투자를 단기적으로 떠받칠 수 있으나 다른 쪽에서 좀비기업이 증가해 생산성과 경제성장이 계속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과 좀비기업의 청산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문은 노동시장과 글로벌 경제의 기초여건이 받게 될 악영향이다.
헤르메스의 머리 대표는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노동시장에서 즉각 영향이 감지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jangj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