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30일 13년여만에 최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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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국가 간 조약인 한일청구권협정과는 별도로 전범 기업으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30일 내려진다. 2005년 2월 한국 법원에 첫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의 대법원청사 대법정에서 이춘식 씨(94)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앞서 2012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대법원의 소부(小部) 3곳 중 1부(당시 주심 김능한 대법관)는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에 신일본제철이 대법원에 재상고를 했고 대법원은 5년 가까이 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판결 지연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되자 올 7월 사건을 전격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제외) 등 모두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파기환송심에서 거의 뒤집히지 않아 이번 선고가 사실상 최종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소부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뒤집느냐에 따라 피해자와 전범기업, 한일 양국 정부의 반응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의 성격상 전원합의체 13명이 만장일치 판결을 내리기 어려워 판결이 7 대 6 등 근소한 차로 갈릴 경우 선고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1965년 한일협정문의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2조의 해석 차이다. 이 조항에는 일본이 한국에 5억 달러의 경제협력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양국의 모든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문구가 있다. 피고 측인 일본 기업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이 한일 청구권협정에 포함돼 함께 소멸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2012년 대법원은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反)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원고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때 대법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새 쟁점 가운데 하나로 현행 헌법 조항을 거론하고 있다. 민사소송 등의 법률적 쟁점이 기존 재판에서 이미 다뤄진 만큼 헌법 조항으로 새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취지다. 당시 한일협정은 대통령 서명과 국회 비준에 이어 국민들에게 공포되는 헌법적 절차를 거쳤다. 헌법 제6조 제1항에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되어 있다. 만약 한일협정을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것으로 보고 해석한다면 협상 당시부터 강제징용이 이미 배상된 것으로 해석해온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 등이 감안될 수 있다.
첫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이 지나도록 판결 확정이 미뤄지면서 당초 원고 4명 중 이춘식 씨 혼자만 생존해있다. 여운택, 신천수, 김규수 씨는 재상고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이후인 2013년 12월, 2014년 10월, 올해 6월 차례로 숨졌다. 광주에 거주하는 이 씨는 30일 대법원 선고를 보기 위해 상경할 계획이다. 이 씨는 29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재판이 10년 넘게 이어져 실망했다”고 말했다.
김윤수 ys@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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