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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일주일 사이에 여성들 무참히 살해…데이트 폭력 답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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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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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일주일 사이에 여성들이 잇따라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성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의자들의 진술과 경찰의 조사를 종합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연인·부부로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는 강력한 처벌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새벽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A(47)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강서경찰서는 그의 전 남편인 김 모(49)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살인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 등으로 A씨를 살해했다”고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 이 씨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가발을 착용하고 이씨의 차량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하는 등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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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어 24일 오후 11시28분께 춘천의 한 주택에서는 B(24) 씨가 목 부위를 흉기에 찔려 숨졌다.

춘천경찰서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C(27)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C 씨는 경찰에서 “신혼집 장만과 혼수 문제로 여자친구와 언쟁을 하다 감정이 격해져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한 뒤 C 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재 유족은 ‘혼수’ 문제가 아닌 ‘데이트 폭력’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25일에는 별거 중인 아내의 직장에 찾아가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한 3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9단독 김진환 판사는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D 씨(39)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에 넘겨진 D 씨는 지난 6월12일 오전 9시께 충남 금산군 소재 아내의 직장 근처로 찾아가 아내를 야구방망이, 주먹, 발 등으로 마구 때려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가 하면 70대 남성 E 씨는 지난 5월5일 오후 9시30분께 1년 전부터 사귀어 온 여자친구 E씨(72)가 헤어지자고 한 후 만나주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E 씨의 집을 찾아가, 집 밖으로 나오는 E 씨의 머리를 나무토막으로 때리고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일도 있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을 인정해 처벌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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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의심받는 30대 남성이 24일 오후 범행장소인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 범행도구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어 들어가는 장면이 아파트 CCTV에 잡혔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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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24일에는 부산에서 일가족 4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력한 용의자인 30대 남성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 사하경찰서는 용의자는 일가족 중 손녀와 교제하다 헤어진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용의자 신 모(32) 씨는 지난 24일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조 씨의 아버지(65)와 할머니 박 모(84) 씨, 어머니 박 모(57) 씨, 그리고 조모(33)씨를 잇따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는 일가족 중 손녀인 조씨와 1년 넘게 교제했으며 지난 8월 결별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신 씨가 조 씨와 헤어진 뒤 힘들어했다”는 유족들의 진술 등으로 미뤄 신 씨가 조씨와의 이별에 앙심을 품고 일가족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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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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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상대로하는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으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서울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여성(20~60세)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770명(88.5%)이 ‘데이트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력 유형으로는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이 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심하게 때리거나 목을 조름’이 14.3%, ‘상대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 진료’가 13.9%, ‘칼 등의 흉기로 상해’가 11.6% 등이었다.

또 성적 폭력은 ‘원하지 않았는데 몸을 만짐’이 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등을 만짐’이 41.2%로 나타났다. ‘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사진을 찍음’(13.8%) 등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 보도 집계를 통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남성 배우자나 애인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5명으로 나타났다.

살인미수 등으로 목숨은 건진 여성은 최소 103명으로 나타났다.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했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살인한 범죄는 모두 17건, 살인미수는 29건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 범죄 중 35%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의 끝은 결국 살인이며, 강력한 처벌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방송에 출연, “가정 폭력의 끝이 살인이듯, 데이트 폭력의 끝도 살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착은 일회성이 아니다. 상습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YTN’에서 “(데이트 폭력)처벌이 된다고 하면 집행유예 몇 개월이 나오거나 벌금 얼마가 나오는 정도”라며 “피해자에게 피하라고 하기보다 데이트 폭력 온상을 심각하게 다루고 신고 건을 제대로 수사·처벌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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