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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 모두 챙긴다…벤투의 투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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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선수들 주축으로 AG 출전 유망주들도 대표팀 선발

신·구 조화 바탕, 눈앞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두 토끼’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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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선 새 대통령이 취임한 첫 100일을 ‘허니문’이라 부르며 언론과 의회가 배려하는 관례가 있다. 이 시기 대통령은 소신껏 자신의 통치 철학을 구현한다.

축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 감독 부임 초기에는 그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을 존중한다. 지난 8일 한국 축구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49)도 팬들과 언론의 배려 속에 ‘지배 축구’의 뿌리를 심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벤투 감독이 ‘허니문’을 눈앞의 성적과 함께 미래까지 챙기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벤투 감독은 9·10월 두차례 대표팀 소집에서 총 30명을 선발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들(평균 연령 27.9세)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뛰었던 어린 유망주들(평균 22.6세)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두 차례 소집에선 생애 첫 태극마크(황인범 김문환·이상 9월, 이진현 박지수·이상 10월)을 다는 선수도 나왔다. 네 선수 모두 대표팀 수준에는 못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허니문 기간이라 순탄하게 넘어갔다.

벤투 감독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동시에 준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기존 선수들을 축으로 한 뒤 새 얼굴을 돌아가면서 뽑아 옥석을 가리는 것이다. 이른바 ‘투 트랙 선발’ 전략이다. 벤투 감독이 “소속팀에서 역할이 작은 선수도 뽑아 직접 확인해야 했다”고 설명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겉으로 볼 땐 벤투 감독이 변화를 꺼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선발을 살펴보면 ‘투 트랙’으로 선수를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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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의 투 트랙 선발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대표팀의 전력을 유지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특히 국가대표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기성용(29·뉴캐슬)은 어린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는 데 적극적이다. 기성용은 “4년 뒤면 내 나이가 33살이라 주전으로 뛰기에는 무리”라며 “하루 빨리 후배들이 경험을 쌓아야 카타르 월드컵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손흥민(26·토트넘)과 조현우(27·대구) 등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했던 대표팀 선수들이 가교 역할을 자청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대한축구협회도 벤투 감독의 투 트랙 선발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표팀 선발 인원을 더 늘리거나 아예 올림픽대표팀도 A매치 기간에 선발해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벤투 감독이 국내외에서 뛰고 있는 모든 유망주를 바닥부터 찾아보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한국 축구의 숨겨진 진주가 계속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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