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선수들 주축으로 AG 출전 유망주들도 대표팀 선발
신·구 조화 바탕, 눈앞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두 토끼’ 잡기
신·구 조화 바탕, 눈앞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두 토끼’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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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선 새 대통령이 취임한 첫 100일을 ‘허니문’이라 부르며 언론과 의회가 배려하는 관례가 있다. 이 시기 대통령은 소신껏 자신의 통치 철학을 구현한다.
축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 감독 부임 초기에는 그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을 존중한다. 지난 8일 한국 축구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49)도 팬들과 언론의 배려 속에 ‘지배 축구’의 뿌리를 심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벤투 감독이 ‘허니문’을 눈앞의 성적과 함께 미래까지 챙기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벤투 감독은 9·10월 두차례 대표팀 소집에서 총 30명을 선발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들(평균 연령 27.9세)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뛰었던 어린 유망주들(평균 22.6세)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두 차례 소집에선 생애 첫 태극마크(황인범 김문환·이상 9월, 이진현 박지수·이상 10월)을 다는 선수도 나왔다. 네 선수 모두 대표팀 수준에는 못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허니문 기간이라 순탄하게 넘어갔다.
벤투 감독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동시에 준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기존 선수들을 축으로 한 뒤 새 얼굴을 돌아가면서 뽑아 옥석을 가리는 것이다. 이른바 ‘투 트랙 선발’ 전략이다. 벤투 감독이 “소속팀에서 역할이 작은 선수도 뽑아 직접 확인해야 했다”고 설명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겉으로 볼 땐 벤투 감독이 변화를 꺼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선발을 살펴보면 ‘투 트랙’으로 선수를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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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의 투 트랙 선발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대표팀의 전력을 유지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특히 국가대표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기성용(29·뉴캐슬)은 어린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는 데 적극적이다. 기성용은 “4년 뒤면 내 나이가 33살이라 주전으로 뛰기에는 무리”라며 “하루 빨리 후배들이 경험을 쌓아야 카타르 월드컵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손흥민(26·토트넘)과 조현우(27·대구) 등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했던 대표팀 선수들이 가교 역할을 자청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대한축구협회도 벤투 감독의 투 트랙 선발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표팀 선발 인원을 더 늘리거나 아예 올림픽대표팀도 A매치 기간에 선발해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벤투 감독이 국내외에서 뛰고 있는 모든 유망주를 바닥부터 찾아보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한국 축구의 숨겨진 진주가 계속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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