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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만 360억원 이상 운용 중인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기관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협력재단) 기관장이 여직원에게 '엉덩이로 이름 쓰기'를 시키는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해임 의결되고도 중기부 장관이 최종 승인을 내지 않아 2주 가까이 휴가로 임기를 채우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경제가 취재에 임하자 중기부는 16일 뒤늦게 해임을 승인했다.
특히 해당 기관은 최초 '미투' 신고가 올해 4월에 이뤄졌음에도 중기부가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일을 해당 기관 자체 조사에 떠넘긴 뒤 고용노동부가 나서는 끝에 10월이 돼서야 최종 해임 의결을 하는 등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이다. 대응이 늦어지면서 기관 내 본부장이 피해자들에게 '정치를 하려는 것이냐'고 압박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16일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협력재단은 지난 5일 김형호 사무총장을 직장 내 성희롱 사건으로 이사회를 소집해 해임 의결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 4월 열린 단합대회에서 여직원을 대상으로 '엉덩이로 이름 쓰기'를 시키고, 술자리에서 격려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어깨 등 신체 부위를 쓰다듬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단합대회에서 이름에 '희'자가 들어간 직원은 다 나오라고 한 뒤 그 직원들에게 "엉덩이로 이름 써"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여성 직원들 팔을 주무르는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다수 저질렀다.
이 같은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여성가족부와 고용부에 신고한 직원 2명 외에 무기명으로 신고한 직원 3명이 더 있었다. 그러나 중기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중기부 출신인 김 사무총장에 대한 엄벌은커녕 '자기 식구 챙기기'에 급급했다. 여가부에서 중기부로 사건 처리와 2차 피해 예방 조치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중기부에서는 사건 피해자 면담 이후 해당 건이 협력재단 내 자체 이사회를 거쳐서 처리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협력재단 측으로 사건을 넘겼다.
내부 자체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피해자 여직원들의 문제 제기에 협력재단은 외부의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에 의뢰해 조사를 벌였고, 센터의 조사결과보고서를 수령한 이후 7월이 되어서야 고용부 산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관악지청에 신고 사건 일체를 제출했다.
고용부 측은 지난 9월 10일 기관장 행위를 성희롱으로 최종 판단하고 징계 등 필요한 조치 이후 결과를 통보해 줄 것을 재단에 요청했다. 하지만 협력재단 측은 최종 통보를 받고도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해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체하다 한 달이 지난 10월 5일 최종 해임을 의결했다. 더욱이 2주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중기부 장관이 '최종 승인'을 내지 않아 기관장 해임이 처리되지 않았던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종 승인' 절차가 늦어졌던 이유에 대해 중기부 측은 "해임 의결된 김 사무총장과 협력재단의 감사가 '해임 의결'에 대해 절차적 문제점 등을 제기해 법률을 검토하느라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은 대·중소기업간 기술, 인력, 판로 등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우수 협력모델의 발굴을 통해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는 등 공정거래관계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중기부 소관 비영리 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라 중기부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 협력재단의 올해 총 예산은 429억9700만원으로 이 중 정부 예산만 중기부 356억2900만원, 산업부 7억6500만원임 등 360억원이 넘는다.
특히 이곳은 이번을 포함해 앞선 기관장 2명도 각종 비위로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했다. 2013년에 취임한 김종국 사무총장은 공금을 사용해 개인 책을 출간하고 대기업에 유상으로 판매하는 등 문제가 불거져 자진 사퇴했다. 또 2011년에 취임한 정영태 사무총장도 재단 실무자가 재단 사업 설명회에 대한 안내 이메일에서 정 사무총장 자녀 결혼 일시와 장소 등을 공지해 문제가 되자 자진 사퇴했다. 중기부의 관리 부실과 감독 책임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종배 의원은 "중기부 장관이 중기부 출신 '제 식구 감싸기'에 골몰하는 동안 성폭력 피해자는 고통이 가중됐다"고 밝혔다.
한편 16일 중기로부터 최종 해임 통보를 받은 김 사무총장은 "성추행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해명 의사를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신고인의 팔뚝을 접촉한 것은 대화를 나누고 자리를 떠나다 격려 차 두드렸던 것이고, 어깨 등 신체 부위를 쓰다듬었다는 주장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고용노동청이 확인한 성희롱 관련 결론은 사실관계 다툼이 있고, 서로 주장이 상반돼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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