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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한현정의 직구리뷰]신개념 극장고문 ‘배반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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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긴급 공지’를 수락하는 순간, 고문은 시작된다. 박철민 김인권 정상훈, 여기에 새얼굴 김성철 손담비가 가세하지만 이미 산으로 가버린 영화를 되돌릴 순 없다. 패배가 결정된 명품 웃음꾼들의 애처로운 고군분투다.

영국 원작의 문학적 코미디, 그리고 ‘코믹꾼’ 김인권 정상훈의 만남으로 시선을 끈 영화 ‘배반의 장미’(박진영 감독,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가 베일을 벗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한 모든 게 진부함 그 이상의 실망감을 안긴다. 찰나의 웃음에 만족하기엔 99분의 러닝타임은 너무도 길다.

영화는 슬픈 인생사를 뒤로하고 죽을 결심을 했지만 아직 하고픈 것도, 미련도 많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특별한 하루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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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한날 한 시에 함께 죽자’는 긴급공지에 뭉친다. 작품이 더 이상 써지질 않아 괴로운 작가, 집안의 골칫거리인 사수생, 30억 검은 돈에 연루돼 쫓기는 남자, 그리고 미스터리한 홍일점 ‘배반의 장미’까지. 먼저 만난 세 남자는 거사를 치르기 전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며 비장하게 마지막을 준비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한 ‘배반의 장미’로 인해 계획은 꼬여버린다.

감독은 입시 문제, 직장과 가정 등 보편적 사회 이슈를 4인4색 캐릭터에 유머와 함께 녹여내지만 공감도 웃음도 끌어내질 못한다. 이들의 사연은 저마다 진부함의 끝을 보여주고, 개그 코드 역시 늘 봐오던 1차원 적인 조폭물 코드와 섹시 코드, 촌스러운 말장난으로 버무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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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밀당을 펼치는 모습은 코믹하기 보단 답답하고 민망하며 지루하다. 이미 명확하게 나온 엔딩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지만 뭐 하나 새로운 요소들이 없으니 속도감이 느껴질 리가 없다. 훤히 보이는 목적지를 돌고 돌아 힘만 다 뺀 채로 도착하니 지치고 진이 빠질 수밖에. 요즘 극장가에서 보기 드문 99분의 짧은 러닝타임이 웬만한 해외 블록버스터보다도 한참 길게 느껴질 따름이다. 아, 찰나의 등장이지만 강력한 웃음 한 방을 날긴 신현준의 하드캐리는 분량과는 비교도 안 되는 존재감이다.

영화는 박진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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