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은 16.5%로 자동차의 6~7배
9일 오전 11시11분께 전남 담양군 봉산면 한 논에서 ㄱ(76)씨가 벼 수확 작업 중 후진하는 콤바인에 치여 숨졌다. 지난달 16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에서는 ㄴ(72)씨가 경운기로 좁은 농로를 통과하다 5m 아래 밭으로 추락해 숨졌다. 사흘 뒤인 같은 달 19일에도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에서 ㄷ(72)씨가 농로에서 경운기로 전봇대를 들이받아 숨졌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전남 완도군 약산면 선착장에서 ㄹ(80)씨가 경운기 짐칸에 동네 주민 2명을 태우고 가다 바다에 떨어져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농업의 기계화가 진행하면서 해마다 평균 456건의 농기계 교통사고가 발생해 평균 571명의 농민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5년 동안 경찰청이 집계한 농기계 교통사고 2284건을 조사해보니 66.4%가 65살 이상 노인층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13~2017년 발생한 농기계 교통사고로 377명(13.2%)이 숨지고, 2479명(86.8%)이 다치는 등 모두 2856명이 피해를 보았다. 한 해 평균 농기계 교통사고의 건당 사망률은 16.5%로 자동차(2.5% 안팎)의 6~7배였다. 박 의원은 “수확기엔 일손이 부족해 고령층이 농기계를 운전한다. 작업과 이동 중에 일어나는 사고를 안전 교육만으로 막을 수는 없으니, 농기계를 소형화하고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등 현장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도 “농기계 사고 건수가 줄지 않는 것은 예산만 지원할 뿐 원인과 유형 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농기계 사고 7471건을 분석한 결과, 운전 부주의와 법규 미준수로 인한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운전 부주의에 따른 사고는 예방 대책을 시행했는데도 2015년 655건에서 2017년 977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기종별로는 경운기 72%, 트랙터 10%, 예초기 7% 순이었다. 발생 장소는 좁은 농로, 마을 안길 등이 많았다. 국회는 10일 열리는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느슨한 농기계 안전대책을 추궁할 계획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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