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D포럼' 연사 탐구① - 로즈 맥고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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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도 SBS D포럼(SDF)이 열립니다. SBS가 10년 넘게 진행해온 지식 나눔 프로젝트죠. 그동안 수많은 연사들이 포럼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이번 포럼 주제는 '새로운 상식, 개인이 바꾸는 세상'입니다. 정권 교체를 부른 촛불시위부터 국내외를 달군 미투(MeToo) 운동까지 '목소리'를 낸 개인에 주목하자는 취지입니다. 포럼 개막을 앞두고 연사들의 면면을 미리 살펴보는 '인물탐구'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그 첫 순서는 삭발한 할리우드 배우이자 사회 활동가, 로즈 맥고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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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 맥고완, 그녀는 누구인가?
그녀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처음으로 대중에 폭로해 거대한 미투 물결을 촉발한 주인공 가운데 한 명입니다.
미투 이전의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실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던 여배우였습니다.
영화 <스크림>에선 살인마에게 죽는 10대 소녀를, 인기 TV 시리즈인 <참드>에서는 현대판 마녀를, 영화 <플래닛 테러>에선 최종병기 여전사의 역할 등을 맡았습니다. 세븐틴스, 인터뷰, GQ, 맥심 등 수많은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녀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할리우드 산업에 환멸을 느끼고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여전사로 바뀌었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건은 2015년 6월 애덤 샌들러 영화사의 여배우 캐스팅 공고문을 자신의 트위터에서 공개하며 비난했을 때입니다.
공고문에 적힌 의상 규정은 오디션을 보는 여배우들에게 ‘가슴골이 보이도록(that shows off cleavage)’ 몸에 딱 달라붙는 탱크톱을 입고 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는 노골적인 요구를 한 영화사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정말 멍청한 일이었어요. 너무나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었기에 화가 났습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을 거쳤을텐데 어느 누구도 ‘잘못됐다’고 경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화가 났습니다. 그들에겐 평범한 일상이겠죠. 어쩌면 그런 공고문을 작성해야 했던 건 여성이었을 수도 있어요. 문제는 할리우드에선 그런 일이 제도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거예요.”
위 트윗으로 논란이 커지자 그녀는 결국 소속사에서 해고됐습니다.
하지만, 해고는 그녀가 더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게 하는 방아쇠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할리우드 내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권력과 현실을 하루가 멀다하고 고발하고, 꼬치꼬치 딴지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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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에는 삭발도 거행했습니다. 여배우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일일 수 있었지만, 더 이상 할리우드의 여성 상품화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겁니다.
할리우드가 만들어 놓은 ‘섹시 인형’으로 살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녀는 훗날 자신의 회고록에서 삭발 동기와 관련해 이렇게 기술했습니다.
“긴 머리카락은 늘 불편한 존재였어요. 마치 머리에 식물을 기르고 있는 것 같았고, 등 뒤에는 섹스 표적이 얹혀있는 것 같았죠. 여기저기서 남자들이 머리를 기른 나를 쳐다볼수록 ‘진짜 나’는 사라졌어요.”
■ 20년 만에 깬 침묵…'미투'에 나서다
로즈 맥고완의 미투 선언은 할리우드에 등을 돌린 지 2년 뒤 벌어졌습니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는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았으며, 그중 최소 8명의 여성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는 겁니다.
피해자가 누구냐는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당시 로즈 맥고완은 대신 알쏭달쏭한 트윗을 남겼습니다. “이것이 ‘괴물’에게 상처를 입었던 소녀야.”라는 짤막한 멘션과 함께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을 올렸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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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주일쯤 뒤, 그녀는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게 사실이라고 트위터에 공개했습니다. 1997년 당시 23살의 나이에 성폭력을 당하고도 침묵했던 그녀가 20년 만에 드디어 입을 연 겁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성폭력 고발 운동 확산에 불을 붙였습니다.
'나도 당했다'라는 뜻의 'MeToo'에 해시태그(#)는 SNS를 통해 들불처럼 번졌고, 침묵했던 여성들은 용기를 내고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미투의 꽃씨는 우리나라에도 날아와 사회 각계에서 벌어졌던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타라나 버크(미투 운동 창시자)가 해시태그로 벌인 운동은 우리들에게 벌어진 ‘무언가’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대단했다고 평가합니다. 미투는 단순히 소리치고 봉기하는 여성들 무리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지금까지 부당함을 견뎌낸 사람들이 특정한 방법으로 공유한 경험에 대한 겁니다. 부당함을 견뎌낸, 실로 많은 남녀들이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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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1년 뒤, 그녀의 현재
미투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여권 신장을 위해서 각종 사회 운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녀는 ‘행동하는 여성’이 되자며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온라인 시민 모임인 ‘로즈 아미(Rose Army)’를 이끌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 회고록 ‘브레이브(Brave)’도 출간했습니다. 그녀는 회고록을 통해 연예계의 숨겨진 진실과 화려한 명성의 이면을 폭로하고, 권력을 앞세운 폭력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지난달에는 패션 매거진 GQ가 매년 선정하는 ‘2018 올해의 남자’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수상입니다. 미투 운동을 주도했고, 연예계의 부당한 권력에 당당하게 맞섰다는 점이 수상 이유였습니다.
다음 달에는 한국을 방문해 ‘SBS D포럼’ 연사로 나섭니다. 그녀는 권력을 앞세운 폭력 앞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갖게 됐고, 개인의 목소리가 변혁으로 이어졌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줄 예정입니다. 국내에서도 미투 이슈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만큼 미투 운동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할 것입니다.
SBS D포럼은 11월 2일(금)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립니다. 세션을 직접 들으려면 홈페이지(http://www.sdf.or.kr)에서 미리 참가 신청을 해야 합니다. 비용은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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