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고 2만6713건 발생
정부, 적성검사 주기 줄이고
교통안전교육 의무화하기로
지난달 18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승용차가 갑자기 약국으로 돌진했다. 83세인 승용차 운전자는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다 실수로 약국 유리벽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지난 7월엔 경남 합천군에서 70대 운전자가 도로를 역주행해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과 정면충돌했다. 역주행을 목격한 다른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는 등 주의를 줬지만, 70대 운전자는 2.1㎞가량 그대로 역주행했다. 운전자는 “역주행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빠른 속도로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 운전자도 많아졌다.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3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08년 1만155건에서 지난해 2만6713건으로 10년 새 2.6배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감소했지만 70~80대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고령자 교통사고가 늘자 정부는 내년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인지기능 검사가 포함된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며 좀 더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1998년부터 스스로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자진 반납제’를 운영해 연간 30만명이 면허증을 반납했다. 국내에서는 부산시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각종 상업시설 이용 시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는 매년 수천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연령을 이유로 무조건 운전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65세 이상 택시기사의 경우 ‘자격유지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이를 의료기관 적성검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섰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고령자는 건강 문제로 인한 이동성이 다른 계층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연령에 따라 획일적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고령층에 대한 이동권 제약이 될 수 있다”며 “사고 위험이 높은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 대책을 세우되 이들의 면허를 제한하더라도 국가 차원의 이동성 확보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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