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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땅부자 금강제화...아들 ‘아이폰' 매장 임대료가 아버지에게

조선비즈 유윤정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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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땅부자 금강제화...아들 ‘아이폰' 매장 임대료가 아버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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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때 신었던 남성 신사화. 두툼한 앞부분에 층층이 광을 낸 구두는 예전 남성 구두의 대세였다.



과거 제화 3강 중의 하나였던 금강제화는 1973년 신사화 브랜드 ‘리갈(Regal)’을 만들었다. 국산 기성화 1호로 ‘국민 구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후 랜드로바·레노마·스프리스와 신발 편집숍 ‘레스모아’ 등의 브랜드도 만들었다.

당시에는 이런 신사화가 인기가 높았지만 급격한 트렌드 변화로 이런 구두는 한물 간 아이템이 됐다. 불편한 구두보다는 운동화나 스니커즈를 선호하는 신세대의 선호와도 동떨어졌다.

이런 영향으로 경쟁사인 엘칸토·에스콰이아는 부도가 났다. 엘칸토는 법정관리 상태에서 2011년 이랜드그룹에 인수됐다. 토종 제화업체로서 여전히 위상을 떨치고 있는 곳은 금강제화가 유일하다.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 애플워치를 구입하기 위해 줄선 소비자. 프리스비 건물 옆에는 금강제화의 랜드로바가 있다. 이 건물은 김성환 금강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 애플워치를 구입하기 위해 줄선 소비자. 프리스비 건물 옆에는 금강제화의 랜드로바가 있다. 이 건물은 김성환 금강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금강제화의 생존력은 어디서 나온걸까. 금강제화는 외관상 구두회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애플 공식 한국 판매처이면서 수많은 땅과 건물을 보유한 부동산 부자다. 한창 사업이 번창할 때 서울의 금싸라기 땅과 건물을 속속 사들였다.

금강제화는 창업주인 고 김동신 회장의 장남 김성환 ㈜금강 회장(73)과 그의 아들인 김정훈 부사장(43)이 이끌고 있다. 금강의 최대주주는 부동산 임대업 회사인 ㈜금화로 58%를 갖고 있다. ㈜금화의 최대주주는 김정훈 부사장으로 81.85%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 김성환 회장은 18% 가량을 갖고 있지만, 경영권은 사실상 3세에 넘어간 상황이다.


김정훈 부사장은 애플 공식 리셀러인 ‘프리스비(Frisbee)’를 운영하는 갈라인터내셔널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서울 명동을 비롯한 전국 11곳에 대규모 애플 체험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스비는 김정훈 부사장이 지분 50%, 친인척인 이영은·인치숙씨가 각각 30%, 20%를 보유한 가족회사로 2008년 설립됐다. 작년 한해(2016년7월~2017년6월) 매출은 1089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을 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장부가액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장부가액 기준)



㈜금강이 프리스비를 운영할 수 있던 배경은 주요 위치에 보유한 부동산 덕분이다.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서울 명동에 위치한 프리스비 매장 건물 소유주는 아버지 김성환 회장이다. 그는 1976년 이 건물을 매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해당 건물 기준시가는 약 1억1500만원 수준이다. 지난 8월 근처에 연면적 300의 건물이 약 200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해당 건물 가격은 400억~500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프리스비는 연면적 860(260평)의 이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쓰고 있다. 아버지(김성환 회장)가 아들(김정훈)에게 매장을 내주고 수억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명동 프리스비 옆 건물인 금강제화 명동본점의 토지와 건물 역시 ㈜금강이 소유하고 있다.

명동 뿐만 아니다. 김성환·김정훈 부자(父子)의 부동산 사랑은 강남도 예외가 아니다. 프리스비 강남스퀘어가 입점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연면적 1만446m²(3160평)의 건물은 김정훈 부사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또 다른 부동산임대회사 비제바노가 소유하고 있다.

금강제화 강남본점이 위치한 연면적 4900(1482평) 논현동 건물과 땅도 금강제화가 2016년말 매수해 소유권을 갖고있다. 김성환 회장과 가족이 지분 100%를 갖고있는 가족회사 신환이 이 건물의 공동명의인으로 등록돼 있다.


신발 편집숍인 레스모아 매장이 입점한 명동중앙점 건물, 프리스비 서울 홍대점과 부산 서면점 건물도 ㈜금강과 가족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금강제화 오너가 소유 10개 회사(금화·금강·비제바노·기운·레스모아·신환·카메오·갈라인터내셔널·세진디엔씨·건화)가 보유한 국내 부동산은 작년말 기준 장부가액만 따져도 약 5000억원 규모다.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부동산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다만 이 금액은 장부가액(취득가액) 기준이기 때문에 시가와는 차이가 있다. 부동산을 가장 많이 소유한 금강의 자산재평가는 1998년 이뤄졌다. 20년간 소유한 토지와 건물의 자산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금강제화는 가족 소유 8개 회사는 모두 비상장사로 외부감사를 회계법인원 한 곳에서 10년째 받고있다. 한 회계사는 "자산재평가를 한 것이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실제 부동산 시가는 취득가액의 2~3배가 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1조원이 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금강제화는 사업이 잘 나가던 1970~80년대부터 벌어들인 현금으로 서울 금싸라기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며 "제화사업은 부수적이고 부동산 임대사업과 자신들의 건물에 입점시켜 판매하는 애플 공식 리셀러 사업이 메인"이라고 전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제화사업이 부수적이라는 것은 오해"라며 "제화사업이 주력이고 부동산, 애플 제품 판매 등이 부수적 사업"이라고 말했다.

유윤정 생활경제부장(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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