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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여자라서 불합격·저임금, 고용 차별 없애달라”…‘페이미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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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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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지난해부터 전 세계는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나도 당했다)운동’으로 떠들썩하다. 이는 전반적인 남녀차별 해소 운동으로 번졌고, 채용과 고용 시 여성에게 주어지는 불이익을 지적하고,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페이미투(PayMetoo)’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페이미투운동은 지난 4월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영국의 공공기관 10곳 중 9곳이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영국 여성 하원의원들은 성별 임금 격차(gender pay gap)를 해소하기 위해 ‘페이미투닷컴’을 개설해 임금 불평등 사례를 모으는 등 페이미투운동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성별임금격차는 16.8%다. 영국 남성의 전일제 노동자 임금의 중위값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 노동자 임금의 중위값이 16.8% 적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 성별임금격차는 36.7%로 OECD 국가 1위를 차지했다. 2000년 이후 역대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불명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차이는 여성 노동자가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저임금 노동자 중 63.4%가 여성이며, 여성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41.1%라고 발표했다. 이는 남성 비정규직 비율(26.4%)보다 10%p 이상 높은 셈이다.

같은 학력이라도 성별에 따라 받는 임금은 달랐다. 우리나라는 여성 고등교육 이수율이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런데 남녀임금격차는 가장 크다. 지난해 성별 통계를 분석한 '성인지통계'를 보면 대졸이상 남녀의 평균임금격차는 65.3%로 남성 노동자가 100만원을 벌 때, 여성 노동자는 65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남녀 간 임금격차의 원인은 편견과 차별 때문에 일어난다. 대부분 사회의 고위층이 남성이고, 이런 구조가 편견을 생산하는 것이다. 때문에 당초 남녀의 출발선을 동일하게 하는 채용과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에 성별 기입과 사진 부착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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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아시아경제 DB)


실제로 입사지원서에는 성별이 포함된 이력서가 대다수다. 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입사지원서 3000여 개 중 지원자에 성별을 기입하도록 요구한 경우는 68.4%에 달했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은 성별 기입을 요구한 기업 10곳 중 4곳이 성별이 비공개 평가 기준으로 반영된다고 답했다. 심지어 채용 시 성별을 고려한다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68.4%가 ‘남성이 더 유리하다’고 했다. 결국 성별이 평가의 잣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지난해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가 성차별 채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나은행은 여성 지원자의 커트라인 점수를 남성에 비해 48점 높게 설정했고, 국민은행은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는 낮췄다. 남녀 합격비율을 미리 계획하고, 실제와 다르게 뽑히자 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 해당 은행들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밖에도 지난해에는 공공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면접점수를 조작해 여성 응시자 7명을 탈락시켰다. 당시 사장이었던 박기동 씨는 평소 ‘여자들은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조정해 탈락시켜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채용시장에는 성차별이 존재한다. 이를 해소키 위해 지난 2007년 정부는 성별, 출신지역, 가족관계 등 차별이 예상되는 항목을 없앤 ‘표준이력서’를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시키기도 했다.

국제적인 추세도 블라인드 채용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장 큰 노동시장인 미국의 경우 1967년부터 이력서에 성별을 기재하지 않음은 물론 인종과 나이, 출신국가 등이 드러날 수 없도록 사진부착도 금지해오고 있다. 업무능력과 관련 없는 것을 요구하는 건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선진국 프랑스와 독일도 익명 지원제도를 법제화했다.

익명 지원제도는 우리나라 블라인드 채용보다 익명성이 더욱 높게 보장된다. 사진이나 이름, 주소, 생년월일, 나이, 국적, 출신, 장애 유무 등 모두 기재하지 않는다. 사업장이나 직무에 따른 예외도 없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 채용의 현실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윤 추구는 민간기업의 본질적인 자세기 때문에 임신이나 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업무공백은 곧 비용으로 이어져,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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