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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수사 '용두사미'…압색 9회·영장 16회 청구해 4명 구속

이데일리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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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수사 '용두사미'…압색 9회·영장 16회 청구해 4명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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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삼성 노조와해 사건 4명 구속기소·28명 불구속기소
“무노조경영 위한 조직범죄…오너 일가 개입 증거 없어"
7개월간 16번 영장청구에 4명 구속…이상훈 신병확보 실패
檢,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로 수사 확대 '2차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3년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삼성 노동조합 와해 사건 재수사에서 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를 기소하고 마무리했다. 검찰은 지난 3월부터 7개월간 수사를 벌여 9번의 압수수색과 16번의 구속영장 청구 등 대대적 수사를 벌였지만 실제 구속자는 4명에 불과해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다.

◇이상훈 기소로 마무리…“오너 일가 개입 증거 없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임원 목모(54)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이상훈(63)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과 강모(55)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사장, 박상범(61)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등 2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삼성전자 2인자’로 꼽히는 이 의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이 수사를 사실상 끝냈다.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오너 일가의 지시나 개입에 대해선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조사 결과 삼성 경영진은 ‘무노조 경영’을 관철하기 위해 삼성그룹 미전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속칭 ‘그린화 전략’이라는 노조와해 공작을 총괄 기획했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와 그룹 미전실 인사지원팀은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같은 내용의 전략문건을 매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는 이후 구체적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노조와해 공작을 실행했다.

삼성은 지난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설립된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 및 ‘심성관리’를 빙자한 개별면담으로 노조탈퇴 종용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삭감 △경총과 공동으로 단체교섭 지연 및 불응 등의 수법을 썼다.

또 △채무 등 재산관계 및 임신 여부 사찰 △불법파견을 적법한 도급으로 위장 △경찰과 협력업체, 사망한 노조원(고 염호석) 부친을 불법행위에 가담 등 행위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벌인 조직범죄 성격이 있다”며 “노조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백화점식으로 총망라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은 특히 외부 컨설팅 업체를 한시적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노조와해 자문으로 악명이 높은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를 채용하거나 자체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삼성은 또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노조 전문가와 경찰청 정보국 출신의 전 정보경찰, 경총 등 활용가능한 모든 세력을 포섭해 노조와해에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처럼 삼성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한 자들도 대거 재판에 넘겼다.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 수사 시작

앞서 검찰은 지난 2013년 민주노총이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노사전략 문건을 근거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임직원 10여명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하자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문서의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그룹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5년 1월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검찰이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다스’에 대한 삼성의 소송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 도중 노조와해 문건이 든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발견, 재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와 여러 협력업체를 거쳐 윗선인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으로 수사의 칼날을 뻗었지만 결국 삼성전자 2인자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법원은 이상훈 의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임원 중 구속자는 1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은 끝났지만 다른 계열사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검찰은 에버랜드의 노조활동 방해 의혹과 관련해 지난 17일 경기 용인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보안업체 에스원과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에서 차량 운행을 담당하는 CS모터스 등 삼성 계열사·협력사 노조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각사 대표 등을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검찰은 다른 계열사들에도 삼성전자서비스처럼 그룹 차원의 노조와해 공작이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그룹 최고위층의 개입 혹은 지시 여부도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의 노사관계가 합법·타협·양보의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돼 수사기관 등 제 3의 권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문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