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디지털 성범죄 아웃①]SNS 떠도는 내 몰카…수백만원 주고 삭제해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사진=헤럴드경제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피해자 급증에도 처벌은 미흡…기소도 30% 그쳐

-본인 찍으면 불법 유포돼도 처벌못해 ‘허점투성이’

-디지털 장의사 찾아도 ‘불안’…“막을 방법이 없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피해자 A 씨는 남자친구가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나체 사진이 SNS에 올라온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진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 지인들에게 연락이 올 지경에 이르렀다. 디지털 장의사업체를 찾아 수백만원을 주고 사진을 지웠지만, 여전히 어딘가에서 자신의 사진이 떠돌아다닐 것만 같아 불안하다. 사건 이후 A 씨는 여전히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진을 찍은 사람만큼이나 유포자들이 더 나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게 가장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제도는 미흡한 실정이다. 법으로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을 경우, 피해자들의 좌절감은 증폭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할 빌미를 제공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불법촬영 및 유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크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 등이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유포되면 처벌할 수 없다?=먼저 성폭력특별법상 자신이 동의 하에 찍은 사진이 유포되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성폭력특별법 14조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에 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직접 신체를 촬영한 게 아니라 촬영물을 재촬영해 유포했거나, 속옷을 촬영한 경우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여성이 혼자 살고 있는 집을 확인해 여성이 입었던 속옷을 뒤져 촬영하고,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촬영물과 함께 유포한 경우에도 성폭력이 아니라 ‘주거침입’만이 인정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법의 허점은 또 있다. 현행법상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할 경우를 범죄 행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성적 수치심이라는 게 자의적이고 애매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의 판례를 보면 가슴, 다리, 엉덩이 등을 찍었을 때는 성적수치심을 유발했다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피해자의 얼굴과 손, 목 등은 무죄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한달 동안 5명의 여성 신체부위를 50여회 촬영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르는 사람을 뒤따라가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수 차례 게시한 가해자는 ‘일부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얼굴이나 단순 뒷모습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만한 신체부위가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법촬영ㆍ유포 5년간 6배 증가…기소는 30%=아예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 발생건수는 2011년 1353건에서 2017년 6470으로 6년사이에 5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기소된 비율은 2013년 53.6%, 2014년 43.7%, 2015년 31.2%로 2010년(72.6%)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나날이 발전해 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 성범죄 아웃 관계자는 “범죄에 있어서 국가가 가져야 하는 태도라는 것은 국민이 가져야 하는 태도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집단 성폭력’인 디지털 성폭력이 엄벌에 처해질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하고, 불법촬영물을 삭제하는 것을 돕는 것보다도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