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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추석날 하루라도 쉬는 게 소원" 편의점주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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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편의점주 87% 명절 자율영업 찬성…본사 반대로 울며 겨자 먹기 식 영업]

머니투데이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등 단체들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면세점 노동자와 편의점주의 명절 당일 의무휴일 지정을 촉구했다. /사진=김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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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서 17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9)는 올 추석에도 고향을 찾지 못한다. 7남매 중 다섯째인 김씨는 조카만 10명이 넘지만 자주 보지 못해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김씨의 고향은 충청북도 청주. 빠르면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고향을 그가 찾지 못하는 이유는 365일 편의점을 열어야 한다는 본사 방침 때문이다.

김씨는 추석 당일 하루라도 쉬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김씨는 "한 달에 하루도 아니고 명절에 하루 쉬게 해주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냐"며 "추석 당일에는 평소보다 매출도 20% 정도 적게 나온다"고 했다.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이지만 김씨처럼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곤혹스럽다. 편의점주는 가맹점 계약에 따라 대부분 365일 의무적으로 영업하고 만약 문을 닫을 경우 본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본사는 이미 점주들이 명절 근무에 동의하는 계약을 맺은 데다 명절에 문을 닫으면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보인다. 결국 이번 명절에도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사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다.

오히려 명절이 더 힘들 수도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명절을 맞아 각자 고향으로 떠나고 나면 해당 근무 시간은 모두 점주의 몫이 된다. 15년째 경기도 부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8)는 평소 10시간 일하지만 올 추석 당일에는 16시간 일하기로 했다.

이씨는 "추석 당일에 가족들끼리 만나기 어려워져서 차례를 언제 지낼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다른 사람들처럼 명절 당일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절 휴무는 상당수 편의점주들의 염원이다. 서울시가 올해 24시간 운영 편의점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86.9%가 명절 당일 자율 영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65.3%가 명절 자율휴무제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편의점 본사에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 편의점의 명절 휴무를 허용하는 법안도 일부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편의점이 명절에 자율적으로 영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20일 서울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의점 대부분이 명절을 포함한 365일 의무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명절 당일만이라도 점주들이 휴업 여부나 영업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절 때 당번약국을 정해 돌아가면서 운영하듯이 편의점을 당번제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아이디어를 잘 만들어내면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면서도 편의점주의 쉴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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