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번작이 전 대표 징역 5년 선고…두번째 ‘미투’ 실형

[한겨레] 재판부 “우월한 지위 이용해 지속적 추행·간음 죄질 불량”

또다른 피해자 관련 “위계·위력 사용 증명되지 않았다” 무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사실이 미투(Me Too) 폭로로 드러난 극단 번작이 전 대표 조증윤(50)씨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내에서 미투 폭로가 시작된 이후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이어 두번째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장용범)는 2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위계 등 간음)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조씨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5년간 취업 제한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조씨는 중학교 연극반 외부강사로 연극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청소년인 피해자 ㄱ(24)씨를 피고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장기간 지속적으로 추행하고 간음하여 죄질이 불량하다. 반대로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고, 성장 과정에서 건전한 성적 가치관·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또다른 피해자 ㄴ(25)씨와 관련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 강간 등)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보다 우월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장래에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검찰의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다.

조씨는 극단 번작이 대표이면서 경남 김해시 한 여중학교 연극반 외부강사로 활동하던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2년 8월 사이에 당시 여중생이던 피해자들을 여러차례 간음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지난 2월19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이른바 ‘미투 폭로’를 했고, 김씨는 지난 3월1일 구속됐다.

조씨는 이날 오전 재판장이 ‘징역 5년’을 선고하는 순간 정신을 잃고 법정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판결문을 다 읽지 못한 재판부는 재판을 중단했다가, 이날 오후 다시 재판을 열어 선고를 마무리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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