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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江南人流] 미투 시대의 여성들, 80년대 파워 패션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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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가을·겨울 여성복 트렌드 9

1980년대는 경제적으로 낙관과 번영의 시기였다. 또한 남성의 뒤에 그림자처럼 가려져 있던 여성이 사회에 대거 진출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등장한 것이 어깨를 크고 각 지게 디자인했던 '파워 슈트'다. 도전을 즐기고 자신이 하는 일에 당당하기를 원했던 여성들의 상징과도 같은 옷이다. 또한 80년대 여성들은 강렬한 프린트와 여유로운 실루엣도 사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목소리가 강해진 지금, 시대를 먼저 읽는 영민한 패션 디자이너들은 2018 FW 패션위크 무대 위로 80년대 파워 무드를 소환했다.

글 서정민, 유지연 기자 사진=퍼스트뷰코리아

① 가죽 소재로 힘주기



1980년대 ‘파워 걸’의 귀환. 애비에이터 선글라스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을 입은 여성들이 런웨이를 수놓았다. 어디하나 과하지 않은 부분이 없을 만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껏 힘을 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런 강렬한 룩을 완성시키는 데 번쩍이는 광택감의 가죽 소재 의상이 한몫했다. 올가을 가죽 의상들은 하나같이 80년대 특유의 글래머러스한 여성들을 연상시킨다. 상하의를 모두 가죽으로 입는가 하면(알렉산더 왕, 필로소피 디 로렌조 세라피니), 어깨가 솟은 검은색 가죽 재킷(생로랑, 크리스토퍼 케인)을 입고 당당한 걸음걸이를 옮긴다. 허벅지 아래로 내려오는 긴 가죽 재킷으로 중성적인 룩을 선보이거나(에르메스, 베르사체), 은색 징 장식이나 벨트·지퍼·프린지 장식 등으로 과함에 과함(프로엔자 스쿨러, 알렉산더 왕)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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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실루엣, 올 블랙, 롱 코트 등 카리스마 넘치는 가죽 소재 의상들이 줄지어 등장했던 2018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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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돌아온 호피 무늬

올가을을 위해 단 하나의 패션 아이템만 쇼핑해야한다면 단연 호피무늬다. 재킷이건 블라우스건 스커트건 혹은 가방이건 상관없다. 이왕이면 이 모든 것을 구비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호피무늬로 도배하는 것도 좋겠다. ‘동물의 왕국’을 연상시킬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호피무늬 혹은 지브라 패턴으로 물들인 야성적인 모델들이 2018 FW 패션위크 무대에 대거 출몰했다. 톰 포드, 캘빈 클라인, 마이클 코어스, 돌체 앤 가바나, 막스 마라, 발렌시아가, 빅토리아 베컴 등 수많은 패션하우스들이 동물 프린트 의상과 액세서리를 핵심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전체 룩에 호피 아이템 하나로 포인트를 주는 소심한 모습보다 상하의 모두 혹은 액세서리까지 모두 호피무늬로 장착한 당당함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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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호피 아이템을 선택한다면 소심하기 보다 대범해질 것. 이왕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호피 무늬로 도배하는 것이 좋겠다.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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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커지고 두꺼워진 액세서리

지난 8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XL 귀걸이가 연대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액세서리 트렌드에 대한 색다른 시각의 기사를 게재했다. “두껍고 거대한 링 귀걸이는 강한 여성을 상키시킨다”며 “전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급증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형태”라는 주장이었다. 귀걸이 하나에 과한 의미를 부여한 것 일수도 있지만 어느 때보다 강하고 존재감 있는 여성들을 무대로 불러낸 2018 FW 패션위크를 떠올리면 틀린 해석은 아니다. 분명한 건 여리고 가늘며 단순한 액세서리 혹은 아예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미니멀리즘 트렌드는 지나갔다. 버스 손잡이를 연상시킬 만큼 커다란 링 귀걸이(자크 뮈스), 쇠사슬만큼 두꺼운 목걸이(발렌시아가), 주먹 만한 팬던트(돌체 앤 가바나), 손등을 덮는 뱅글(알투자라, 마르니) 등. 이왕 걸고 차고 매는 액세서리라면 무조건 크고 두껍고 거대한 것을 선택하는 맥시멀리즘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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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의 시대. 액세서리 역시 거대해졌다. 2018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포착한 액세서리 트렌드. [사진 퍼스튜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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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튀어도 좋아, 반짝이 옷

지난봄 비닐 소재가 주목받았다면 올가을엔 비슷하면서도 다른 메탈 소재 아이템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두 소재 모두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메탈 소재가 한층 강렬한 분위기다. 또한 훨씬 복고적이기도 하다. 80년대 ‘디스코 걸’을 떠올리게 하는 스팽글 원피스(파코 라반), 소방관의 방화복 같은 호일 재킷(디올), ‘백투더퓨처’와 같은 80년대 SF 영화에 등장할 법한 홀로그램 혹은 PVC 소재의 드레스(발맹)와 코트(메종 마르지엘라), 큰 리본을 단 금박 블라우스와 알루미늄 색의 하이웨이스트 팬츠(알베르타 페레티) 등 미래 소재로 과거의 스타일을 복기하는 시도가 다수 포착됐다. 그런데 과연 일상에서 이런 메탈 아이템을 소화할 수 있을까? 은박 블라우스를 재킷 안에 입거나, 투박한 코트 안에 반짝이는 호일 스커트로 포인트를 줄 것을 추천한다. 더 간단한 방법도 있다. 올겨울에도 유행할 것이 분명한 패딩을 선택할 때 광택감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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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적 소재로 과거를 이야기하다. 80년대 디스코걸, 80년대 SF 영화 속에 등장했을 법한 번쩍이는 소재의 의상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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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로맨틱 카우 걸의 귀환

1979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이 번진 빈티지 카우보이 룩의 특징은 옷 가장자리에 길게 늘어진 술 장식, 즉 프린지가 대표적이었다.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는 카우보이(걸)의 활달함을 표현할 때 작은 바람에도 찰랑이는 프린지 장식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선택이다. 80년대 룩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2018 FW 트렌드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역시 이 카우보이 스타일이다. 어깨를 비롯해 팔·가슴·다리·허리 곳곳에서 프린지 장식이 찰랑인다. 이국적인 프린트와 디테일을 자주 선보이는 에트로는 옷은 물론 숄더백까지 2018 FW 컬렉션의 상당부분을 이 프린지 장식으로 꾸몄다. 또 다른 카우보이 룩의 상징인 가슴부분의 뾰족한 5각형 포켓(베르사체)과 ‘카우보이 부츠’라 불리는 종아리 길이의 화이트 앵클부츠(이자벨 마랑)를 선보인 브랜드도 대거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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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을 위한 부츠 쇼핑에서 꼭 기억해야할 키워드는 '카우보이'다.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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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더 크게, 더 풍성하게 감싸기

2016년 겨울 핫 키워드로 떠올랐던 ‘이불 패딩’을 기억하는지. 집에서 나일론 솜이불을 두르고 나온 것처럼 보이던 오버 사이즈 패딩 점퍼를 두고 한 말이다. 이 해엔 뎀나 바잘리아를 대표 디자이너로 하는 프랑스 브랜드 베트멍을 필두로 모두 자기 몸보다 세 배는 돼 보이는 오버 사이즈 패딩을 입었다. 올해 겨울에도 이 오버 사이즈 트렌드는 계속 될 전망이다. 80년대 룩의 대표적인 특징인 ‘파워 숄더’ 스타일의 겨울 외투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상의를 미쉐린 타이어 인형처럼 부풀리고, 실제 사이즈보다 족히 두 배는 넘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코트 실루엣 역시 파워 숄더를 부드럽게 만든 오버 사이즈 형태가 많다. 어깨선이 자연스러운 대신 팔 부분을 봉긋하게 키운 퍼프소매 디자인(이자벨 마랑, 마크 제이콥스)도 여럿 보인다. 너무 큰 패딩이 부담스럽다면 패딩 머플러(베르사체)를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여러 브랜드에서 이불로 목을 폭 감싼 모습의 패딩 머플러를 내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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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입고, 크게입고, 온 몸을 감쌀 것. 올겨울 추위가 두렵지 않을 아우터 트렌드가 반갑다.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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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서로 다른 무늬를 겹쳐 입는 매력

검정·회색 일색인 겨울 풍경이 올해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봄 시즌의 대표적인 상징인 꽃무늬를 올 겨울 거리에선 쉽게 볼 수 있을 듯하다. 미국의 패션지 바자에선 2018 FW 트렌드를 꼽으면서 런웨이를 수놓은 꽃무늬 의상들을 ‘가든(정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봄 시즌의 꽃무늬와 다른 게 있다면 할머니의 옷장에서 꺼내 입은 듯 복고무드가 강하다는 것. 여기에 조각보를 이은 듯 화려한 무늬들의 옷감을 패치워크한 옷들도 많이 보인다.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게 자연스러운 겨울에는 서로 다른 무늬의 옷들을 마구 뒤섞어 입어도(구찌, 프라다) 멋스러울 수 있으니 조금만 용기를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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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은 한 번에 하나만'이라는 불문율이 깨졌다. 여러 패턴와 컬러를 뒤섞을수록 패셔너블하다.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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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클래식한 체크 파워

일직선의 스트라이프와 함께 가장 안정적인 무늬로 손꼽히는 체크는 가을·겨울 룩의 단골 아이템이다. 다만, 체크도 선의 굵기와 간격, 겹쳐지는 선의 개수에 따라 종류가 다른데 2018 FW 패션위크에선 유독 네모 칸의 간격이 넓고, 여러 굵기의 줄이 중첩돼 있는 타탄체크가 많이 보였다. 옷의 바탕색은 화사하게 살리면서도 가로세로로 중첩된 여러 겹의 색선들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이중적인 매력을 살리는 게 타탄체크의 특징. 무늬를 겹쳐 입는 스타일은 체크 아이템에서도 빛을 발한다. 상하의 색깔을 동일하게 혹은 보색으로 맞췄을 때 서로 다른 크기의 체크무늬는 묘하게 어울린다. 상하의 중 하나와 가방을 체크로 조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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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무드의 대명사, 체크 아이템을 빼고 가을 패션을 논할 순 없다. 체크 아이템 역시 여러 체크 무늬를 중첩해 입거나, 호피, 플라워 패턴의 의상과 섞어 입는 것이 대세다.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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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양털의 따뜻함을 입다

지난해 막스 마라에서 선보인 ‘테디 베어’ 코트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떨친 유행은 올해도 여전히 이어질 듯 보인다. 양털을 짧게 깎아 몽글몽글,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가공한 시어링(shearing) 코트는 보기에도 따뜻해 보인다. 특히 겉은 매끈한 가죽으로, 안감은 포근한 양털로 마감한 무스탕 코트와 재킷(로에베, 토즈)은 2018 FW 패션위크에서 많이 선보인 아이템이다. 오버 사이즈 트렌드 덕분에 좀 커 보이는 실루엣이 대부분이지만, 따뜻한 질감과 자연스러운 색감 덕분에 겨울 의상으론 이만한 게 없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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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해도 포근한 기분이 드는 양털 코트, 일명 테디베어 코트의 인기는 계속된다. 소매에, 옷깃에, 주머니에 양털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 [사진 퍼스트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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