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씨. 사진=동아일보 DB |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의 성추행 사실을 처음으로 폭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19일 이 씨의 실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죄”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10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을 할 때 여관에서 이 씨로부터 안마를 요구받았다는 글을 올린 후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이 씨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폰으로 연출가가 자기 방으로 오라고 했다. 방에 가니 안마를 시켰고 갑자기 바지를 내리며 성기 주변 안마를 강요해 ‘더는 못 하겠다’고 말한 뒤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졌고, 이 씨는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이 씨는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성 배우 5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2016년 12월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있다.
이 씨 측은 이런 행위가 추행이 아닌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지난 7일 “극단 내에서 왕처럼 군림하면서 수십 차례 여배우들을 성추행했음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비판하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김 대표는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이변이 없기를. 애써주신 분들과 함께 법원 근처서 곰탕을 먹는데 고마워서 눈물이 날 뻔 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19일 이 씨의 유사강간치상 혐의 등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기관 취업제한 등도 명했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통해 재판에 넘겨진 유명인사 가운데 첫 실형 사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인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며 “연극을 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원들이 여러 차례 항의나 문제제기를 해 스스로 과오를 반성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행위가 연극에 대한 과욕에서 비롯됐다거나,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미투 폭로’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간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질타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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