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여자 극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하고 일부 여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대해 1심 법원이 실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19일 열린 이 전 감독의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일부 행위를 제외한 피해자 8명에 대한 이 전 감독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자는 2010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한 여성 단원 8명이다. 이 전 감독은 피해자들에게 안마를 시키고,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 25차례에 걸쳐 상습 강제 추행을 한 혐의를 인정받아 지난 4월에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성기 안마' 등을 강요당했고, 거부하면 선배들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전 감독은 "성추행이 아닌 연기 지도 방법의 하나일 뿐"이라고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와 연출자로 큰 명성을 누렸고 단원들 뿐만 아니라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라며 "이 사건 피해자들 대부분이 별다른 사회경험도 없이 오로지 연극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 지시에 순응했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것과 동시에 각자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지시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악용한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 피해자들은 수치심과 깊은 좌절감을 겪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이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이 받아줘서 (성추행인줄) 몰랐다"라고 항변한 것에 대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못한 게 동의한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성범죄 위험성 평가 결과를 따르더라도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는 안 된다"라며 검찰의 보호감찰 청구는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극단 내에서 왕처럼 군림하면서 여자 배우들을 성추행해온 점, 그다지 반성의 기미가 없고 피해자들이 엄벌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달라"라며 이 전 감독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신상정보 공개, 보호관찰 명령도 함께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전 감독이 연극계 내 영향력으로 배우 선정이나 퇴출 등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앞서 경찰 조사 당시 이 전 감독 범죄 혐의와 관련한 고소인은 17명, 파악된 피해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총 62건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현행법상 공소시효 관계로 처벌이 가능한 사건은 발생이 2010년 4월 이후인 고소인 8명에 대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이날 판결은 미투(Me Too·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경험 공개적 고발) 운동을 계기로 드러난 사건 중 첫 실형 사례가 됐다.
올해 초 서지현 검사가 과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미투 운동을 통해 성추행 및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사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재판 중 1심 무죄)△안태근 전 검사장(직권 남용혐의로 기소 후 1심 재판 진행 중)△고은 시인△영화감독 김기덕씨△영화배우 조재현△조민기(사망)씨 등"이 있고 이들 중 아직까지 실형을 선고 받은 사례는 없었으나 이날 이 전 감독이 실형을 선고 받게 된 것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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