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효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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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까운 지인들은 다 아실 겁니다. 저 사람이 얼마나 지속해서 저를 괴롭혔는지···." 배우 배효원이 자신을 향해 망상연애를 하며 스토킹을 일삼은 남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배효원은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고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을뿐더러 불편하고 싫어서 남자친구 있다고 말하며 인스타와 연락처 카톡 모두 차단했었다"며 "그때부터 본인 인스타에 제 사진을 올리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사실인 것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저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저를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다녔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배효원이 지목한 가해자인 배우 ㄱ씨는 2년 전 영화 '로마의 휴일' 촬영지에서 만났다. 이들의 친분은 촬영 중 쉬는 시간에 사진을 찍은 게 전부였다. 그녀의 폭로는 포털의 실시간 검색까지 올라왔다. 대중은 배효원을 드라마 '태양의 후예' 간호사 손효준 역으로 기억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는 17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좋아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상사병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며 "연애 경험이 현저하게 적다 보니 감정표현이 너무나 서툴렀다. 상대방이 성희롱이라고 느꼈다면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배우는 '너무 좋아해서', '감정표현이 서툴러서'라는 표현을 썼다. 그의 말만 들으면 자못 엉뚱한 방향으로 튄 사랑의 불씨 정도로 곡해할 수 있지만, 배효원의 입장은 다른다.
그녀는 "(ㄱ씨가) 제 이름을 거론하며 신음소리 등 선정적인 단어들과 함께 없는 말들을 지어내서 글을 올렸다"며 "황당하고 불쾌하고 소름 끼친다. 다신 안 그러겠다고 사과 받고 삭제도 했던 게 두 차례인데 다시 재발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을 찾은 적도 있지만 그의 스토킹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배효원은 "지난 7월경 성동구 사이버수사대에 찾아가서 신고했을 때는 제가 연기자니까 팬심으로 보라며, 정신적으로 좀 이상한 사람 같은데 무시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스토킹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스토커에 대한 처벌은 매우 가볍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적발된 스토킹 사건은 1386건에 이른다. 이 중 1073건이 범칙금 8만원이라는 가벼운 처벌로 종결됐다. 정부는 지난 2월 최고 징역 5년 이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현재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돼 10만원 이하의 벌금 수준으로 처벌되고 있어 별도의 법률 제정을 통해 처벌의 범주에 넣겠다는 취지"라며 입법 사유를 설명했다.
스토킹은 사랑의 변주곡이 아니다. 실제 살인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섭고 지독한 범죄다. 이제 한국 사회도 스토킹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때가 됐다.
윤경진 기자 youn@ajunews.com
윤경진 yo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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